“제산제와는 달리, 고유의 방어층을 만들어 단 3분만에 빠르게!” “통증은 가라앉고 편안함은 오~래 갈거야” “개비스콘, 빠르게 느껴지는 효과”
영국계 생활용품기업인 레킷벤키저가 판매하는 소화성궤양용제 ‘개비스콘’의 광고 문구는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특히 “단 3분만에 통증은 가라앉고 편안함은 오래간다”는 광고 문구는 소비자의 귀뿐 아니라, 눈까지 빨아들인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잘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개비스콘은 빠른 속도로 겔포스 시장까지 잠식해가고 있다. 겔포스를 복용했던 기존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고 개비스콘으로 바꾸었다”고 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개비스콘은 실제 이러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고의 힘은 소비자의 건강권을 압도하는 무서운 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청 허가사항을 보면 개비스콘의 주성분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알긴산나트륨(250mg)으로 적응증(효능효과)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2007년 5월2일 허가받은 개비스콘츄어블정과 개비스콘프로정은 위역류,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 개선에 사용할 수 있고 개비스콘더블액션현탁액(2008년 2월11일 허가)은 위 효능효과에 위산과다를 추가했다.
또 개비스콘페퍼민트현탁액(2006년 7월7일 허가)은 위역류, 속쓰림, 복부팽만 등의 증상 개선, 개비스콘프로페퍼민트향현탁액(2007년 1월4일 허가)은 위식도 역류의 증상 치료(산 역류, 속쓰림, 소화불량)가 적응증이다. 모든 제품이 위(산)역류와 속쓰림을 기본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 약사 반응 “겔포스가 적응증 더 넓다” … “특별히 개비스콘 권할 이유 없어”
이같은 효능효과는 ‘한국인의 위장약’ ‘주머니속의 액체 위장약’으로 잘 알려진 보령제약의 ‘겔포스'(제산제)가 이미 허가받은 적응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1975년 첫 생산된 ’겔포스’는 개비스콘보다 더 광범위한 효능효과를 자랑한다.
인산알루미늄겔(61.9g)이 주성분인 겔포스엠(1994년 7월1일 허가)은 위산과다(위염, 위·십이지장궤양에 관련된 것도 포함), 속쓰림, 위부불쾌감, 위부팽만감, 식체(위체), 구역, 구토, 위통, 신트림, 가스제거 등의 효능효과를 식약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실제로 전문가인 약사들도 겔포스의 적응증이 더 넓다는 점을 인정한다.
서울 마포구의 M약국 약사(남성)는 “개비스콘이나 겔포스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개비스콘은 역류성식도염에 주로 사용하지만, 겔포스는 (이것을 포함해) 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개비스콘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S약국 약사(여성)도 “광고 때문에 개비스콘을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특별히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겔포스 대신 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위장약 시장에서는 ‘개비스콘’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 이름은 베일에 가리고 마케팅에 주력해온 ‘레킷벤키저’라는 생소한 외국기업이 퍼붓고 있는 광고의 힘이다.
광고를 보면 ‘Reckitt Benckiser’라는 회사 이름이 표기돼 있으나 글씨가 작고 영문으로 돼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얼굴없는 기업’이라는 항간의 지적처럼 이 회사의 ‘영악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유야 어쨌든 개비스콘은 광고 이후 제품 자체의 부작용 유무에 관계없이 일반소비자들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시판 초기 일부 약국에서는 광고만 보고 찾아온 소비자들이 늘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라는 말까지 돌았다.
◆ 식약청 허가 개비스콘 실제 부작용 들여다보니 … 깜짝이야!
그러나 식약청 허가사항을 보면 개비스콘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개비스콘에 함유돼 있는 ‘인공감미제 아스파탐’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페닐알라닌으로 대사되므로, 페닐알라닌의 섭취를 규제할 필요가 있는 유전성질환인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또 울혈성심부전·신부전 등과 같이 나트륨을 매우 제한해야 하는 환자, 혈중 칼륨농도를 높일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 고칼슘혈증·신석회침착증(nephrocalcinosis)·재발성 칼슘함유 신결석(recurrent calcium containing renal calculi) 환자는 반드시 의사, 약사와 상의하고 복용유무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이 약은 일부 환자에서 소양증이나 기관지 수축,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알러지 반응이 보고돼 있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복용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투약 후 7일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사와 상의하고 저위산증환자에게서는 효능이 감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 “제산제와는 다르다”고 하더니, 그럼 이건?
이밖에도 과량 투여시 즉시 병원에서 신속한 의료적 처치를 받아야 하고 일부 환자는 복부팽만을 호소할 수 있으며, 제산제인 탄산칼슘의 작용이 있으므로 다른 약물과 2시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고 식약청은 조언한다.
회사측도 이러한 부작용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광고를 보면, “제산제와는 달리, 고유의 방어책을 만들어 단 3분만에 빠르게!”라는 성우의 내레이션이 귓전을 울리면서 광고 하단에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조그마한 문구가 표기돼 있다. 이는 3분만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회사측은 ‘3분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개인차이’는 식별이 어려운 희미한 문구로 대체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항의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 ‘약삭빠른’ 외국기업 효능만 집중 부각 … 약물 오남용 충동 비판여론
광고에는 또 “의사, 약사와 상의하십시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약물을 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회사측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구가 작고 희미한데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광고를 보는 일반 소비자들은 의약품의 효능에만 집착하기 마련이다. 이는 기업의 영악함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환자의 건강권은 뒷전인 채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분만에 속쓰림을 가라앉힌다는 말에 개비스콘을 복용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고 속은 느낌이었다. 요즘엔 다시 겔포스를 복용하고 있다.”(서울 서대문구 김모씨)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