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가 지난해 발생한 복제약의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자료 조작파문 당시 조작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의약품의 공개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의협은 현재 생동성 자료 미확보ㆍ검토 불가 등을 이유로 약효 조작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복제약 576개 품목의 명단을 소송을 통해 식약청으로부터 확보 중이다.
의협은 오리지널만큼 효능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들 약물에 대해 의사들에게 처방 제한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를 공개할 경우 발생하게 될 엄청난 파장이다.
제약업계는 "약효 조작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단을 공개하면 사실유무과 무관하게 '저질약'으로 매도될 뿐 아니라, 해당 기업들은 기업이미지나 매출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협의 자료 확보는 의도적인 것으로 정부와 약사들의 성분명 처방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격분했다.
그는 또 "리베이트를 받고 복제약 처방에 앞장서 왔던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한 뒤, "약가인하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제약업계의 숨통을 조이려는 (의협의) 불순한 처사를 전 업계가 나서 규탄해야한다"고 비난했다.
C제약사의 고위 관계자는 "시험기관에 의해 자행된 생동성 조작사건을 의협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해도 너무한다. 요즘 같아선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려가 높아지자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의사협회에 공문을 보내 "576개 품목의 목록을 비공개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출력물을 제출했으나 파일을 분실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며 "의협이 목록을 공개할 경우 실익보다 선량한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측은 "해당 제품의 생동성 시험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약효가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는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의-약사간 갈등이 의료계와 제약업계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의협은 최근 명단에 있는 의약품에 대해 회원들에게 처방제한을 권고할 경우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