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없는 한미약품, 무엇을 노리는가?
신약없는 한미약품, 무엇을 노리는가?
동아제약 지분확보 목적…적대적 M&A 의혹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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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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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5일 매출액 기준 국내 제약업계 2위인 한미약품(오너 임성기)이 1위사인 동아제약 지분을 5% 추가 매입, 총 지분율을 6.27%로 늘리면서 제약업계가 온통 한미약품의 '오지랖'(?)을 궁금해 하고 있다.

사실 한미약품은 1990년대만 해도 20위권 밖에 있던 작은 제약사였으나 의약분업을 계기로 무섭게 성장, 지난해 유한양행을 따돌리고 업계 2위에 좌정(坐定) 했다.

나름대로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약기업으로써 연구개발에 몰두해온 것이 오늘의 한미를 존재케했다는 것이 평소 스스로 내세우는 강조사항이다.

그런 한미가 올들어 국내 1위사인 동아제약(오너 강신호)의 지분을 대량 매집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지사. 더욱이 연구개발에 몰두해온 제약기업으로써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이행한다치면 불기피한 조치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각은 좀 냉소적인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한미는 왜 동아제약 지분을 대량 매입했을까.

한미약품측은 “지난해 영남방송 매각으로 생긴 여유자금을 단순투자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혹의 눈빛은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성장동력은 복제약 

 

▲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우선 한미약품의 성장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자.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은 1967년 성병치료제를 판매하던 임성기약국을 운영하다 1973년 임성기제약을 설립, 같은 해 한미약품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미약품은 창업 후 무려 33년 연속 흑자라는 진기록과 함께 의약분업 이후에는 20%대의 고성장세를 이어옴으로써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의약분업 직전인 1998년(매출액 1185억원)과 1999년(매출액 1151억원) 잠시 주춤하던 매출은 2000년 의약분업를 계기로 날개를 달기 시작해 지난해(2006년)에는 유한양행(대표 차중근)을 제치고 업계 2위 자리를 꿰찼다.

한미약품의 초고속 성장동력은 뭐니뭐니해도 복제 처방약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미약품 스스로도 “매출액의 80%가 치료제이며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연구개발력이 뒷받침된 우수한 처방약 브랜드 파워가 오늘의 한미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메뚜기떼 영업조직…한번 훑고 가면 시장 평정"

여기에 독특한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도 성장에 한몫을 했다. 한미약품은 평소 경쟁업체의 2~3배에 달하는 영업인력(일명 ‘메뚜기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번 훑고 지나가면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발을 붙이기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에 정설처럼 퍼져 있다.

2004년9월 출시한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이 불과 2년여 만에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사실은 국내 처방약시장에서 한미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모디핀’은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를 개량한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복제약이다.

 

업계 관계자는 “엇비슷한 카피약을 판매하면서도 다른 제약사에 비해 영업력이 유독 뛰어나다는 것은 병의원에 대한 로비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4221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의 올해 매출목표는 5000억원. 이제 남은 것은 동아제약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이다.

“모방기술 뛰어나지만 자체개발 오리지널 신약은 전무”

하지만 한미약품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그간의 성장동력이 외국제약사가 개발한 오리지널 약물을 기반으로 한 ‘개량신약’ 또는 ‘복제약’이었다는 주변의 ‘오명’을 벗는 일이다.

예컨대, 국내 10대 제약사 중 순수 제약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입약 전문기업인 제일약품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신약이 없는 기업은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중외제약, 종근당, LG생명과학, SK케미칼, 동화약품 등은 물론, 심지어 부광약품, 유유, 일양약품 등 중하위권 기업들까지 자체 신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미약품은 기존 약물을 개조한 개량신약이 전부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연구개발 주력 기업으로서 국내 업계 순위 2위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한미에 대해 “남들이 개발해 놓은 신약을 모방하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자체 신약 개발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형질전환동물 개발사업 지지부진…신약개발 꿈 아직은 요원

한미약품은 여기에 난치병 치료에 기대를 모았던 형질전환동물 개발도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상 첫 신약개발 꿈도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형질전환동물의) 세대가 내려가면서 유즙(고가의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포유류의 젖) 발현량의 증가를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며 "경제성이 없을 경우 연구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 대량 매집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말하자면 당장은 아니지만, 동아제약의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약개발기업으로 ‘우회상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타결되면 복제약 성장신화 한미약품 가장 큰 충격"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 확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선은 영업적 측면에서 시너지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약 보유기업인 동아제약 지분을 지렛대로 삼아 자체 약점을 보완하고 기업 규모의 거대화를 꾀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전략까지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상위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기간이 연장된다면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해왔던 한미약품이 가장 큰 충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한미약품의 행보를 최근의 의약품 시장상황 변화와 연결지었다.

“강신호 회장, 밑었던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 

 

 

 

 

▲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경위야 어찌됐든 한미약품은 현재 동아제약 지분 6.27%를 확보함으로써,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동아제약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자간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강 회장의 차남인 문석씨(수석무역 대표) 사이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동아제약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이를테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등이 참여하는 제약업계 원로 모임에서 강신호 회장이 동아제약 지분 매입을 적극 권함으로써, 한미가 지분을 늘렸다는 후문도 들린다. 아들과 빚어지고 있는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같은 제약업계에 ‘흑기사(black knight)’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분 매입 요청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경영권 분쟁 당사자 어느 누구도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약품의 지분이 강신호 회장측의 우호지분이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강신호 회장이 긴장하지 않으면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도 내놓는다.

한미약품, 제약사인가 투자사인가?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 2004년 동신제약의 지분을 1%에서 7.9%로 늘린 뒤 주가가 오르자 다음해 지분을 매각해 약 5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적이 있다. 지금은 SK케미칼의 일부분이 된 동신제약은 한때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의 인수합병 경쟁이 부각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었다. 결과적으로 한미약품은 스스로 상승재료의 주체가 되어 막대한 차익을 낸 뒤 유유히 사라진 격이다.

방송가에서도 한미약품의 투자실력은 알아준다. 지난해 케이블 TV 영남방송을 매각해 400억원의 차익을 올렸고 최근에는 지주회사 전환 문제로 어수선한 SBS지분도 확보했다. SBS 지분 1.6%를 갖고 있는 한미약품은 귀뚜라미와 한주흥산 등과 함께 지주회사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미는 이밖에도 매일경제TV 주식 4만주(0.73%)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 대량 매입은 그들의 주장대로 단순투자(?)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아의 경영을 직접 간섭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3월 주총의 의결권 대결(Proxy Contest:위임장경쟁)에서 패배한 쪽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예컨대, 동아제약의 현 경영권은 ‘레이더스(Raiders)’나 '아비트리저(Abitrager)’ 등 제3자가 어부지리 형태로 인수할 수 있을만큼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강신호 회장이나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 중 패배한 쪽의 지분을 인수하면 그만이다.

부자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패배자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제3자에게 보유지분을 처분할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업계가 이처럼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경영참여 또는 적대적 M&A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임성기 회장의 연초 발언 등 한미측의 일련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임성기 회장, “또 한번의 변화 꾀할 때…새로운 시장창출” 강조
업계, “한미약품, 동아제약 2대 주주 등극 숨은 의도 있을 것”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수 년간 개량신약 등 새로운 패러다임 개발로 국내시장을 지배해 온 한미가 이제 또 한번의 변화를 꾀할 때”라며 “2007년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주축으로 한 창조경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또 한번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장 창출’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미측은 “신약개발 강화와 해외수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자체 개발 신약이 없는 한미의 해명을 시장은 고지 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적어도 동아제약의 2대 주주로 등극할 때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성기 회장의 치밀함은 싱글 수준인 골프실력에서 볼 수 있다”며 “그는 골프에 입문하기 전 무려 1년간을 연습장에서 보냈을 만큼 매사에 치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지분매입이 단순히 강신호 회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적대적 M&A 등 사전에 충분한 계산을 하고 투자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미래에셋에 블록딜 제안설…업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이런 와중에 한미약품은 한때 동아제약지분 8.42%를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측에 블록딜(Block Deal:대량매매)을 제안했다는 루머까지 나돌아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만일, 미래에셋측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면 한미약품의 동아제약 지분은 14.69%로 늘어 명실상부한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하는 미래에셋측이 한미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있는 동아제약의 지분평가액은 대략 600억원 정도. 만일 한미가 1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는 조건으로 블록딜이 성사된다면 660억원에 지분을 전량 매입할 수 있다.

이에대해 양 당사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관련한 또 하나의 루머는 사실로 드러났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을 만나 두 회사의 자사주 약 300억원 어치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했다는 설이다.

임 회장은 그 조건으로 이달 말 열리는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강 회장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의사를 피력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문은 한미약품측이 일부 사실이라고 시인함으로써 확인됐다. 다만, 한미 관계자는 "주식 맞교환 제의는 양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한미는 동아제약에 대해 M&A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미약품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한양정밀의 4% 지분을 포함할 경우 향후 동아제약의 경영참여는 더욱 쉽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약품, 동아제약과의 합병 시너지 크지 않을 것”

업계는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을 인수한다해도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탄생이라는 상징적 의미외에 합병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대형제약사들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M&A에 나서는 것은 제품과 생산라인이 달라 그만한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국내 제약사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제품과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아제약의 경우, ‘자이데나(발기부전치료제)’와 ‘스티렌(위염치료제)’ 등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에 노하우가 쌓인 제약사여서 신약개발기술 공유 또는 이전이라는 측면에서 한미약품이 신약부문의 갈증을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시세차익인가, 경영권 확보인가. 부자간 갈등으로 촉발된 제3자 개입은 자체 신약 개발부문에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아제약의 경영권 향방을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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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또생기나 2007-08-20 17:47:41
야양 너도 붙어봐 혹시 알아 먼지라도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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