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년 이상 진행된 '담배 소송'에서 법원이 담배와 폐암 발생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기문 부장판사)는 15일 폐암 환자와 가족 등이 '장기간 흡연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과 달리 역학적 인과관계 외에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폐암 유발에 대한 증가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폐암 환자 김모 씨와 가족 등 31명은 1999년 12월 "30년 넘게 담배를 피워 폐암이 생겼는데 KT&G가 담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등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며 3억7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양측은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 여부, 제조물책임법 적용 등을 두고 1심에서 7년 이상 공방을 벌였으며 1심 법원은 지난 2007년 KT&G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폐암 환자)들이 장기간 흡연했고 폐암에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흡연과 발병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된다"면서도 "KT&G 담배의 제조·설계·표시에 결함이 있었거나 암이 바로 그 담배 때문에 생겼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역학적 인과관계 외에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원고가 담배로 인해) 폐암을 유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담배 소송을 이끌어온 폐암 환자와 금연운동협의회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승소하고 있는 흡연피해 소송에서 피해자가 패소하고 가해자가 승소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흡연의 해악성과중독성,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한 피해를 법원에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대법원에 상고해 흡연 피해에 대한 KT&G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며 "재판부에서 담배와 폐암과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손해배상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것은 죄를 짓고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비겁한 판결을 내린 것"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