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이 18일 정기총회 자리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 한의계가 당분간 내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19일 열린 제51차 정기총회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딱 1년 만이다.
엄 회장의 사의표명은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불신임 투표까지 강행하는 등 엄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린데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 저지와 관련 투쟁방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어서다.
현재 엄 회장은 유연한 투쟁을, 과반수를 웃도는 대의원들은 "의료법 개정안을 전면 거부해야한다"며 강경투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의원들은 이날 총회에서도 "투쟁방식이 지나치게 유연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며 "엄 회장이 한의계 내부 결정을 무시하고 15일 복지부가 주최한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엄 회장은 "공청회에 불참했으면 치과의사회의 경우처럼 한약정책관실 폐지 등 불행을 겪었을 것이다. 전략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며 강경파 대의원들의 투쟁방식을 꼬집었다.
경위야 어쨋든 엄 회장의 사의표명으로 이제 공은 한의계의 국회라 할 수 있는 대의원총회 의장에게 넘어가게 됐다.
박유환 의장은 19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엄회장의) 사표가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접수되면 의장단의 의견을 청취한 뒤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엄회장의 발언은) 대의원 총회 석장에서 공식적으로 내뱉은 것이어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혀 사표수리의사가 분명함을 시사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한의협은 정관에 따라 선관위를 구성하고 2개월 이내에 새 집행부를 출범시켜야한다.
한편, 19일 오전 현재 엄 회장은 협회에 출근하지 않고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며 향후 행보를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엄 회장의 한 측근은 "엄회장이 최근의 사태와 관련,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며 "사의 표명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