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의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가을에서 봄에 이르는 시기에는 건조한 공기로 인하여 상부기도의 점막이 마르게 되고, 면역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점차 심해지는 대기오염 등도 원인으로 작용하여 환절기에는 기침과 객담(가래)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병원이 붐비기 마련이다.
◆ 환절기 대표적 호흡기질환들
대표적인 질환은 역시 ‘감기’라고 불리는 상기도감염이다. 상기도감염은 비염, 부비강염, 인후염, 후두염 등으로 분류되지만 이 질환들이 같이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병변이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후두를 지나면 급성기관지염이 발생한다.
원래 호흡기질환을 가지고 있던 노인들은 환절기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호흡기질환에 관한 한 환절기인 봄, 가을이 겨울에 비해 더 위험하며 여름이 가장 안전한 계절이다.
흔히 악화되는 질환으로는 기관지천식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가 있다. 천식은 비교적 잘 알려진 질환이지만, COPD는 일반인들에게는 물론 의료인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질환이다.
COPD는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포의 탄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매우 흔한 노인성 질환이다. 그동안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현상으로 치부되어 관심이 적었던 질환이다.
◆ 감기 증상부터 궁금하다
아쉽게도 호흡기질환의 증상은 각 질환을 특징적으로 나타내주지 않는다. 기침, 객담, 호흡곤란, 객혈, 흉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감기에서부터 폐암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병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상이 언제 생겼는지, 얼마나 심한지, 선행 질환이나 동반 질환이 있는지, 악화 요인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진단과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인들은 의사 앞에서 자신의 증상을 좀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침이 나서 왔다고 하면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냐고 물어보면 “그냥 오래 됐어요”라고만 대답을 하는 예가 많은데, 의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노릇이다. 과거에는 환자들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의사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대표적 질환인 감기는 콧물, 기침, 발열, 전신통증과 같이 매우 다양한 증상이 섞여 있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기는 누구나 다 한번 이상 앓아보는 질환이기 때문에 본인이 감기라고 단정짓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감기는 2주 이상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기침이 그 이상 계속되면 반드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급성기관지염은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기침, 누런 가래, 발열이 특징적이다. 다만 흉부 X-ray 사진상 폐렴은 특징적인 소견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천식과 COPD의 악화 시에는 호흡곤란이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때로는 기침과 객담이 증가하고 색깔이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질환은 달라도 증상이 유사하므로 일반인들이 증상만 가지고 호흡기질환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 감기는 왜 걸리는가?
감기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가끔 박테리아가 합병되어 항균제를 투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증상 치료제만으로 회복이 된다. 그러나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것은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약이 듣지 않는 예도 보고되고 있다. 자칫하면 감기로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급성기관지염도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그러나 폐렴은 노인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는 흔치 않다. 대다수가 세균에 의한 것으로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박테리아가 원인이다. 천식과 COPD의 악화는 바이러스, 세균, 대기오염 등이 주요 원인이다.
◆ ‘감기, 치료법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
사실 감기에는 아직까지 뾰족한 치료제가 없다. 많은 환절기질환들이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특효약이 없는 것이다.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일부 바이러스에는 치료제가 있으나 문제는 초기에 원인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독감인 경우에는 적어도 발생한 지 48시간 내에 투약이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바이러스 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주가 되고 있다. 반면 세균성 질환이면 반드시 적절한 항생제를 제때에 처방해야 한다.
이때 수많은 항생제 중에서 어떤 약을 고를지가 매우 중요하다. 너무 약한 약을 쓰면 병이 치료가 안 되고, 너무 강한 약을 사용하면 부작용과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관행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는 지나치게 항생제가 많이 처방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할 시기를 놓쳐도 안 되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실정이다.
만성기도질환인 천식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의 악화는 환자들이 입원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아서 매우 집중적이고 다양한 치료를 해야 한다. 기관지확장제, 산소, 부신피질호르몬 등이 필수이며, 때로는 인공호흡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 감기 예방에 가장 좋은 것
감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무엇보다 손 씻기를 가장 강조한다. 손은 모든 감염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외출 후에는 물론 집에서도 수시로 손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면 바이러스를 쉽게 멀리 할 수 있다.
그리고 몸에 수분이 충분하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주변 공기에 습도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도 좋다. 그밖에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식품들은 효능이 증명된 것이 별로 없으므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하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유사감기 주의해야
상기도감염, 급성 기관지염, 폐렴, 만성기도질환의 악화 외에도 다양한 호흡기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감별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호흡기 질환감기인지 폐렴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자 자신도 속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감기가 유행하는 요즘같은 시기에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감기라고 생각하고 감기약만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은 척추염증, 천식, A형간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질환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환절기 감기가 1주 이상 지속되거나 여타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나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시행해 봐야 한다. 거꾸로 약 1주 전후의 가벼운 호흡기 증상은 가까운 의원에서 해결해도 무방하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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