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했던 행복전도사 故최윤희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이 알려지며 그녀를 좌절하게 했던 병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故최윤희씨가 앓았던 홍반성 루프스는 어떤 병인가 알아보자.
◆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란?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루푸스의 정확한 명칭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이며, 주로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젊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인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할 면역계가 오히려 자기자신을 공격하는 면역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이로 인해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루푸스는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며 시간에 따라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된다.
루푸스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몇 가지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관계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 바이러스 감염은 면역체계를 자극하여 루푸스와 유사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외선 노출, 이산화규소 먼지, 흡연, 약물도 루푸스 발생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루프스의 증상은?
1) 피부 점막 증상 : 피부 증상은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80~90%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흔히 나타나는 피부 증상은 뺨의 발진과 원판성 발진, 광과민성(photosensitivity), 구강 궤양 등이다.
루푸스 환자에서 나타나는 뺨의 발진은 뺨 위로 편평하거나 약간 솟아오른 고정적인 홍반(붉은 반점)이며 주로 코 상부를 포함하여 대칭적인 나비모양으로 나타나 나비모양 홍반 (Butterfly rash)라고도 부른다. 대개 경계가 불분명하며 가렵지 않고 코와 입술 사이의 주름은 침범하지 않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원판성 발진은 뺨의 발진과는 다르게 경계가 비교적 분명한 홍반(붉은 반점)으로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는 인설이 있고 때로는 모공까지 뻗치기도 한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수개월에서 수년이 경과되면 염증의 소실과 함께 흉터를 남기면서 치유된다. 두피에 이러한 병적인 증상이 나타날 경우 탈모현상이 나타난다.
광과민성은 햇빛에 노출 후 피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점막 증상은 코, 항문, 생식기 등에 나타날 수 있지만 구강 궤양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구강의 병적 변화는 통증이 없지만 중앙에 함몰 부위가 발생할 수 있고 나중에는 통증이 있는 궤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2) 근 골격계 증상: 관절통 역시 루푸스 환자의 75% 이상에서 관찰되는 흔한 증상이다. 일부 환자는 부종이나 열감, 발진, 관절 운동의 장애와 같은 전형적인 관절염의 증상 없이 관절통만 나타나기도 한다. 관절통이나 관절염은 어느 관절에나 발생할 수 있지만 손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힘줄, 인대 등 관절 주위 조직의 변화로 인해 손가락이 심하게 펴지거나 구부러지는 운동성 장애가 오기도 하는데 이를 ‘자꾸드양 관절증’이라 부른다.
3) 신장 증상 : 25~75%의 환자에서 발견되는 신장 증상은 신부전이나 신증후군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그러나 신기능 저하가 심각하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신장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정기적인 신기능 검사와 요검사가 필요하다.
4) 뇌신경 증상 : 2/3의 환자에서 신경 정신증상이 나타나며, 가벼운 증상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증, 불안, 정신병, 주의력 결핍,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5) 기타 장기 침범 증상 : 폐, 심장, 위장관을 둘러싸고 있는 장막을 침범하여 흉막염, 심낭염, 복막염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루푸스 환자는 동맥경화가 잘 일어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도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 밖에도 위장관, 간, 눈 등 다양한 전신 장기를 침범할 수 있다.
◆ 루프스 검사와 진단
루푸스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에는 자가항체검사, 일반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기능검사 등이 있다.
자가항체검사는 자가면역질환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항체들을 측정해 진단 및 질병의 경과 파악에 이용한다. 그러나 치료를 결정하는 데에는 항체보다 임상 양상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일반적인 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기능 사를 통해 치료제의 부작용이나 다른 장기의 침범은 없는지를 감시한다.
혈액검사 중 ESR(적혈구 침강속도), CRP(C-reactive protein, C 반응 단백)은 염증의 정도를 평가하는 혈액검사이며, 루푸스 환자의 경우 그 수치가 증가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루푸스는 1997년 개정된 미국 류마티스 학회의 기준에 따라 다음 11가지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날 때 확진하게 된다. ▲뺨의 발진 ▲원판상 발진 ▲광과민성 ▲구강 궤양 ▲관절염 ▲장막염 ▲신질환 ▲신경학적 질환 ▲혈액학적 질환 ▲면역학적 질환 ▲항핵항체 등의 항목을 평가하며, 이는 전문의에 의한 임상적 평가와 더불어 혈액검사,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 현재 루푸스의 10년 생존율은 90% 이상
루푸스는 아직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현재 루푸스의 10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이는 조기 진단, 치료제 및 치료 방법의 발달, 투석 및 신이식 등에 기인한 것이다. 루푸스의 치료는 급성 악화를 치료하고 질병의 활성도를 적절히 억제하여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1) 생명의 위협이 없는 루푸스의 치료 : 루푸스 환자 중 자가항체가 지속적으로 검출되지만 주요 장기 침범이 없는 경우,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러한 증상 치료에 쓰이는 약제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와 항말라리아제가 있다. 만일 이 두 가지 약제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
2) 생명을 위협하거나 장기 손상이 예측되는 루푸스의 치료 : 생명을 위협하고 장기 손상이 예측되는 모든 루푸스의 증상에 대해서는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투여가 주된 치료이다.
치명적인 루푸스에서 고용량 스테로이드의 투여는 생존율을 현저하게 높이지만, 장기간 투여는 많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용량을 줄이면서 유지 치료를 하게 된다.
또한 스테로이드와 함께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와 아자치오프린(azathioprine) 등도 중요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루푸스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면밀한 조절이 필요하므로 약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와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루프스는 온도, 습도, 자외선, 바이러스 같은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름철에도 신경쓸 일이 많다.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은 강한 자외선이다. 한낮에는 가능한 한 외출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 양산, 긴 옷을 잘 챙겨야 한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하고, 과로나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한림대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영옥 교수>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