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물 단지 마약이라서 문제는 아니다"
"ADHD 약물 단지 마약이라서 문제는 아니다"
건약 KBS 추적60분 방영 관련 논평
  • 임호섭 의약전문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7.10.18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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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17일 밤 KBS 2TV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공부 잘하는 약을 팝니다'라는 내용으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약물의 오남용 문제를 지적한 것과 관련, "프로그램 내용을 공감하지만 ADHD 약물의 문제가 단지 마약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논평을 냈다.

건약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약물들(메칠페니데이트 성분 및 스트라테라)을 판매할 때 환자들에게 약물의 부작용과 주의점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서술된 ‘약물정보지’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 의·약사 개개인의 관심정도나 능력에 따라 환자들에게 약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약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약회사는 더 이상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정확한 약물 정보를 의료인, 환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며 식약청 또한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복용에 있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심평원 의무 신고 제도 및 약물 정보지 제공 등과 같은 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논평 내용이다. 

[논평] ADHD 약물의 문제는 단지 그것이 마약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KBS 추적 60분 ‘[수능D-28일!] 공부 잘하는 약을 팝니다?’를 논평한다.

10월 17일 KBS 추적 60분에서는 소위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ADHD 약물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프로그램은 이처럼 위험한 약물들이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오용되고 있는 성적지상주의 한국의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단지 일부 정신과 의사들의 부도덕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ADHD 라는 질병의 원인이 뇌 이상 때문이라고 단정지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이 남아있다. 도파민 분비가 저하되기 때문에 ADHD가 발병한다는 것은 하나의 학설에 불과할 뿐이며 ADHD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도 정확한 해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ADHD 진단과 관련하여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ADHD 약물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조차도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특정한 방법이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미국 어린이 약 20명 중 1명, 한국에서는 어린이 200명 중 15명 정도가 ADHD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200명 중 1명이 ADHD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유럽에서는 훨씬 엄격한 진단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의료인들과 부모들 모두 이처럼 강력한 약물을 아이들에게 사용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약물 사용량도 훨씬 적다.

매년 국내에서 ADHD 약물 사용량이 3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약회사의 ADHD 약물 마케팅이 증가하면서,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결국 이처럼 약물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초점을 맞춘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예, 얀센의 콘서타)은 지적했듯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그 사용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물이다. 미국 FDA 의 콘서타 허가 사항을 보면 이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다양한 증상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산만함 등등)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DSM-Ⅳ 진단에만 의존해서 약물 복용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또한 ADHD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약물 복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콘서타의 약물 정보지에는 ‘주의력 결핍 과다활동장애’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에는 방영되지 않았으나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약물이 있다. 올해 식약청 허가를 받고 시판에 들어간 릴리의 스트라테라가 바로 그것이다. 스트라테라는 콘서타처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으나 이것이 결코 이 약물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FDA는 2005년 스트라테라를 복용한 1357명 중 5명이 자살충동을 일으켰음을 보고했으며 제품에 블랙박스 경고(약물에 실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고문)을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영국 보건성도 스트라테라를 복용했을 때의 자살 위험에 대해 의료인들에게 주의 깊게 환자들을 관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약물들(메칠페니데이트 성분 및 스트라테라)을 판매할 때 환자들에게 약물의 부작용과 주의점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서술된 ‘약물정보지’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 의·약사 개개인의 관심정도나 능력에 따라 환자들에게 약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추적 60분이 인터뷰했던 한 어머니가 말씀하셨듯이 실제 중요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제공하는 약물정보지는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조차도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스트라테라는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어 그 사용량이나 처방관행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동안 건약 등 시민단체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문제 등을 통해 비급여 의약품의 심평원 의무 신고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였다. 국민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이러한 약물들에 대한 심평원 의무 신고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정부는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DHD 약물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없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ADHD 약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 문제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약회사는 더 이상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정확한 약물 정보를 의료인, 환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식약청은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복용에 있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심평원 의무 신고 제도 및 약물 정보지 제공 등과 같은 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하고, 전반적으로 약물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약물 사용실태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의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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