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치과 영상진단 분야(디지털 엑스레이 및 CT)의 대표 주자는 ‘바텍’이라는 기업이다.
작년에 약 9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1992년 설립됐으며, 2006년 9월29일 코스닥에 정식 상장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한때(2007년11월) 3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올들어서는 줄곧 1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무래도 특별한 호재가 없는 탓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치과용 영상 진단장비(디지털 엑스레이 및 CT) 시장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잠잠했던 시장에 큰 파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SVIC)을 통해 지난 4월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의 지분 68.1%를 인수했다고 발표한 것.
레이의 지분 취득 사실은 비록 뒤늦게 공개됐지만, 세계 굴지의 기업이 치과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가공할만한 사건이다.
더욱이 레이의 제품군은 선두업체인 바텍과 유사하다. 이는 그동안 사업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에 있던 삼성과 바텍이 다른 한편에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음을 의미한다. 언론이나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치과계 전문지인 본지는 이 소식을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 분석과 함께 <치과용 CT 시장 지각변동 예고>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삼성이 치과 영상 진단 분야(디지털 엑스레이 및 CT) 시장에 뛰어들면서 바텍이 주도하고 있는 치과용 CT시장의 판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참여함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기존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략>
삼성그룹은 올해 초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헬스케어 사업을 선정하고 지난 6월 혈액검사기를 출시하는 등 의료기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략>)
본지는 이 기사에서 바텍과 삼성 사이에 진행된 그간의 협력사업을 다루면서, 전후 관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텍 임원의 기업설명회 당시 발언내용도 함께 소개했다.
“양사는 흉부촬영용 핵심부품(삼성 평판형 엑스레이 디텍터)을 공동개발했는데, 얼마전 있었던 바텍의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바텍 스스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바텍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보도내용이 오보이니, 기사를 수정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였다.
바텍 관계자는 본지에 전화를 걸어 “투자자들이 (기사를) 보는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 기업 설명회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의 사실관계를 전면 부정했다. 불과 1~2개월 전에 했던, 그것도 주주들을 모아놓고 공식적으로 내뱉은 발언을 잡아떼는 상황이니, 주주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심지어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만약 이번 보도로 삼성과의 협력 관계가 깨지면 (언론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협박성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바텍측의 항의는 과연 이 회사가 관련 시장 1위 업체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바텍은 상장기업이다. 상장기업은 자사의 현황을 현재의 주주뿐아니라, 예비투자자에게 상세히 공개할 의무가 있다. 그런측면에서 시장이나 언론으로부터 때로 원치않는 평가를 받는 것에 익숙해야하고 이는 투자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본다고 해서 사실보도를 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하는 것은 성숙한 기업의 태도가 아니다. 자사에 불리한 내용은 숨기고 유리한 보도만을 원한다면, 그러한 회사에 뭘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이는 상장기업의 도리가 아니거니와, 상장을 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바텍은 좀 더 대범해지길 바란다. -덴탈투데이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