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유머, 이 두 가지 개념은 얼핏 생각하면 상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그 둘의 관계는 사실 내밀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권혁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무)의 첫 시집 <빵나무아래>는 이 내밀한 관계를 조화롭게 균형 잡는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희화화된 대상 속에서 연민을 느끼지만, 자칫 감동의 공식과도 같은 과도한 연민주의에 빠지지 않고 무게중심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이는 ‘객관적 연민’과 ‘객관적 유머’의 방식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범신론적 사유를 근원으로 하여, 시적 대상들에 대한 유머와 연민을 동시에 이끌어낸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한 시집이다.
126쪽/2010년 6월 20일 출간/정가 8,000원.
[권혁수 시인 약력]
강원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2년 『미네르바』시 등단. 서울문화재단 2009젊은예술가지원 선정.
[시인의 말]
詩가 집을 나가 돈이 되어 돌아왔다
노름을 하다 본전 찾은 기분이다
하여, 이제 시에서 손을 씻으리라
내일부터 아무 생각 없이 호숫가 마을을 찾아, 푸른 호수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앉아 맑은 햇살 안주 삼아 안개 빛 뽀얀 막걸리나 마시며 살자
물새처럼 구름과 바람과 달… 끌어안고 살자
오늘 딱 한 편만 더 쓰고….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