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의 회무가 특정 세력에 의해 농단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약협회 무용론도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이사장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는 13일 오전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유통일원화 연장 여부와 관련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의약품도매협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복지부의 방침에 의약품도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매협회는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되면 도매업체는 존속할 수 없다"며 유통일원화 사수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도매업계는 ‘제도를 폐지할 경우 폐업을 하겠다’는 협박성 반발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통일원화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여기에는 현재 2000여개에 이르는 도매업체수를 크게 줄이지 않고는 유통 투명화나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제도를 폐지하면 문을 내리겠다’는 도매업계의 반발은 복지부 입장에서 보면, 더없이 반가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다수 제약업체는 물론, 병원계조차 유통일원화 제도 유지에 회의적이다. 사실상 폐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제약협회 내 분위기는 최근 급반전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9일 경선을 외면하고 추대를 통해 이사장에 선임된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72)이 취임한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록 잠정적이고 비공식적 입장이지만, 13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서 유통일원화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케 한다.
류 회장은 지난 1일 제약협회 명의의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달 30일 류덕희 이사장이 도매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통일원화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언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유통일원화제도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의견이 와전된 것이다. 제약협회는 유통일원화제도가 꼭 필요한 제도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 이사장이 회원 제약사들의 정서를 외면하고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약업계는 류 이사장이 유통일원화제도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친동생이 의약품 도매업계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 10곳 중 8곳이 반대하는 유통일원화 제도에 대해 류 이사장이 유지쪽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는 것 같다"며 "이는 회원사의 여론을 무시하고 회무를 농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류 회장이 협회 이사장을 맡기 위해 경선을 반대하고 상대 후보의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업계내에 파다하다"며 "이사장은 공인이고 공인은 언행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 특히 사적 인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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