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고민, 이제부터 시작이다
존엄사 고민,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0.01.11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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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존엄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김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딱 201일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김할머니의 사망이 과연 존엄사인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존엄사에 대한 기준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존엄사 논란은 재작년 5월, 김할머니의 가족이 김할머니 본인 생전에 “만일 무슨일이 있을 경우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했던 본인 희망에 따르기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김씨 가족은 2008년 5월 “존엄사 관련법이 없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6월에는 김할머니가 입원 중인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은 작년 11월 존엄사를 인정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상고했다. 양측의 법정대결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은 2009년 5월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김할머니는 1개월 후인 6월23일 산소호흡기가 제거됐다.  그러나 김할머니는 산소호흡기 제거후 2~3시간이면 사망할 것이라는 병원측의 예상을 여지없이 깨고 무려 200일 넘게 스스로 호흡하며 생존했다. 그리고 의식불명에 빠진지 692일만인 지난 10일, 이승과의 인연을 끊었다.

김할머니의 사망은 엄밀한 의미에서 존엄사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존엄사에 대한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는 의미가 크다. 

세브란스병원측도 존엄사가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고 법원 역시 김할머니 가족이 원한, 모든 치료를 중지하는 ‘존엄사’를 인정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단지 ‘산소호흡기’를 떼라고 했을 뿐, 항생제, 영양제 공급, 이뇨제 등의 내과적 치료는 계속됐다.

각계가 내놓은 기준 역시 법적 효력이 없다.

김할머니 사건 이후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은 사회 각층의 여론을 수렴,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나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명치료 중단지침을 내놓았지만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존엄사 논란하면 언제나 나오는 사례중의 하나가 바로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지난 1997년 벌어진 이 사건은 뇌를 다친 환자에 대해 환자의 부인이 “진료비 감당이 어려우니 퇴원시켜달라”고 요구, 병원측이 받아들여줬다가 당시 진료진이 살인방조죄를 뒤집어 쓴 사례다.

김할머니가 우리사회에 남겨주고 간 것은 존엄사에 대한 결론이 아니다.  존엄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제공한 것이다.  더불어 논란만 거듭할 게 아니라,  이제야말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할 때다.

마침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존엄사 관련법을 대표발의했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좀더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제2의 김할머니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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