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2위 제약사로 올라선 한미약품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임성기 회장(68)의 장남 종윤씨(35·북경한미 총경리·사장)가 잇따라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있는 것.
임 사장은 지난 9일 홍콩에 자본금 10만달러(한화 약 9230만원) 규모의 금융회사 '라이트콤'을 설립했다.
사업목적은 투자와 컨설팅으로 임사장의 금융회사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북경한미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제약회사 오너 2세가 국·내외에 잇따라 금융회사를 설립한 전례가 없어 그 배경에 의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 5월17일에도 국내에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금융회사 '림스캐피탈'을 설립한 바 있다. 림스캐피탈의 정관상 사업목적은 기업경영 자문업무, 기업투자, 신기술 사업금융업무 등으로 한미약품 측은 "라이트콤과 림스캐피탈이 임사장 개인 자격으로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에 한미약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미측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미약품은 이미 금융감독원 신고에서 이들 기업이 한미약품의 계열사라고 밝혔다.
림스캐피탈은 3인의 이사 체제로 설립됐지만 임사장이 대표이사를, 장녀인 주현씨(34)와 차남인 종훈씨(31)가 등기 이사다. 또 한미약품 계열사인 한미아이티의 송철호 대표이사 부회장이 감사를 맡았다.
이로써 종윤씨는 북경한미의 총경리를 비롯, 3개사의 대표가 됐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잇따른 금융회사 설립이 향후 후계 구도 내지는 기업 인수·합병(M&A)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약품측이 오너 2세와 같은 특수관계인을 앞세운 금융회사를 통해 자본을 확보한 뒤 다른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하려는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는 동아제약(6.27%)과 같은 동일업종의 지분외에도 SBS(1.63%)와 같은 언론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며 "한미FTA 등으로 제약시장의 환경이 변화되자, 생존을 위한 몸집 불리기를 하려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상위 제약사 답지 않게 신약이 없으며 개량형 복제약 또는 복제약을 만들거나 엄청난 규모의 영업인력을 투입해 시장을 제압하는 이른바 '메뚜기떼' 영업전략을 통해 성장해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미FTA 등으로 신약의 지적재산권이 강화되면 복제약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A제약사의 한 간부는 "한미약품이 올해 3월 동아제약 부사장 출신의 장안수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성장위주의 영업전략에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내에서는 올 연말쯤 기존 영업조직에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속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