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의 장기기증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월 말부터 장기이식 등록기관에는 평소의 20∼30배에 달하는 서약이 접수되고 군부대등에서는 기증 캠페인이 열리는 등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7만여명 선을 오가던 장기신청자가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건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이 큰 계기가 됐지만 종교계와 민간단체, 정부 등의 적극적 홍보 활동이 상당한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의식이 많이 향상되고 달라졌다는데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사람들과 달리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해서 신체를 훼손시키는 것을 부모에도 불효하는 것이라며 조심해 왔다.
그런 사고방식이 최근까지도 장기신청에 대한 부담감을 불러 일으켰고 일부에서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간 장기가 부족해 죽어가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불법 장기매매가 성행하게 됐고 이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장기 기증이 부족해 고귀한 인체가 돈벌이로 악용되는 비윤리적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장기기증이 사회적 일상의 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자신의 선의를 통해 타인이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매우 고귀하고 값진 일이라는 의식이 깃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생명을 나눈다'는 일보다 더 거룩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 번 기회에 뼈, 근막, 피부, 심장판막, 혈관 등 조직을 기증하는 운동에도 힘을 모았으면 한다.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나 화상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 기증 역시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저작권자 © 헬스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