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올 상반기 암 치료 분야의 글로벌 벤처 투자가 2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바이오제약 VC투자 및 IPO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 벤처투자액과 투자 분야 수는 각각 355억 500만 달러(47조 3423억 원), 16개였다. 이 가운데 암 치료 분야에 이루어진 투자액이 138억 3600만 달러(18조 4696억 원)로, 전체 투자의 39%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는 신경계였다. 투자액 39억 7100만 달러(한화 5조 2981억 원)로, 전체 투자액의 11.18%를 차지했다. 이어 내분비계 분야가 28억 6600만 달러(한화 3조 8238억 원)로 8.07%, 자가면역질환 분야가 28억 2900만 달러(3조 7744억 원)로 7.97% 순이었다.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 기술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 투자가 가장 활발했다. ADC는 투자자와 대형 제약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벤처 투자 성공 사례 및 M&A 거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화이자(Pfizer)는 미국 생명 공학회사인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57조 4136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종양학 포트폴리오에서 ADC가 지닌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애브비(AbbVie) 역시 지난 2월 이뮤노젠(ImmunoGen)을 100억 달러(13조 3520억 원)에 인수하며 ADC 치료제 개발에 합류했다. 같은 달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ADC 기술을 보유한 암브릭스(Ambrx)를 약 20억 달러(2조 6704억 원)에 사들였다.
방사성 리간드 치료법(RLT·Radioligand Therapy)에도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RLT는 약물 속 리간드(Ligand)라는 물질이 암세포에 가서 붙은 뒤 리간드에 있는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이다.
방사선 치료 요법은 암세포에 가까이 있는 있는 정상세포도 손상시킬 수 있지만 RLT는 암 세포만을 겨냥, 공격해 주변세포 손상이 덜하다.
일부 대형 제약사의 임상적 성공이 RLT에 대한 많은 투자와 관심을 촉진하고 있다.
RLT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회사는 노바티스(Novartis)다. 이 회사는 2018년 1월 자사의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인 ‘루타테라(Lutathera·성분명: lutetium-177 dotatate)’를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는 FDA 승인을 받은 첫 RLT치료제다. 2022년 3월, 노바티스는 자사의 두 번째 RLT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인 ‘플루빅토(Pluvicto· 성분명: lutetium-177 vipivotide tetraxetan)’로 FDA 승인을 받아냈다.
2023년에는 다른 공룡 제약사들도 RLT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 포인트 바이오파마(Point Biopharma)를 14억 달러(1조 8664억 원)에 사들이면서 RLT 개발에 무게를 실었다.
두 달 뒤 12월에는 BMS가 41억 달러(5조 4661억 원)를 투자해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품었다.
가장 최근 이루어진 RLT관련 인수합병은 지난 4월이었다. 노바티스는 10억 달러(1조 3334억 원)에 생명공학회사인 마리아나 온콜로지(Mariana Oncology)를 사들였다.
반면,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CGT·Cell and Gene Therapy) 분야 투자 규모는 급격히 준 것으로 나타났다. CGT는 우리 몸에 건강한 세포를 넣어 병을 고쳐주는 치료제를 말한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졸겐스마(Zolgensma·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CGT를 대표하는 치료제다.
이들 약품은 한 번 투여로 오랜 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회 투약 비용이 킴리아의 경우 3억 6000만 원, 졸겐스마는 19억 8000만 원에 달한다.
CGT는 지난해 투자 규모가 35억 달러였던 것에 반해 올해 상반기는 5억 달러에 머물렀다. 자금조달 시 필요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약을 제조하고 상용화할 때 맞닥뜨리는 장애물의 영향으로 투자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024년 상반기 바이오제약 기업의 IPO 규모와 건수는 각각 44억 달러, 11건을 기록했다. 2022년(35억 달러, 22건) 및 2023년(29억 달러, 16건) 대비 거래액이 크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2024년 한해 바이오제약 IPO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기록했던 66억 달러, 50건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