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인터루킨-7(IL-7) 작용제가 새로운 기전의 면역 항암제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L-7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중 하나다. 골수와 흉선, 림프절 등에서 분비된다. 주요 기능은 T 세포의 발달, 생존, 증식을 촉진하는 것이다. T 세포 숫자가 적으면 IL-7 수치가 상승하여 T 세포 확장을 유도한다.
이 사이토카인은 지난 1988년 처음 발견되었고, 처음에는 HIV와 같은 바이러스 치료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암 세포와 같은 공격적인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CD8(T 세포 표면 단백질) T 세포의 증가를 촉진한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IL-7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세포 내 단백질(DNA)을 재조합해야 하므로, 이전에는 IL-7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 외면을 받았었다.
그런데 유전자 공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IL-7 재조합 단백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었고, 이에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면역 항암제로서 IL-7 작용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IL-7 작용제는 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IL-7 작용제 개발 현황]
품목 | 기업 | 개발 단계 | 적응증 |
CYT107 | 프랑스 사이테리스(Cytheris) | 임상 2상 시험 | 흑색종, 신생물(종양) |
NT-I7(성분명: 에피네프타킨 알파Efineptakin alfa) | 한국 네오이뮨텍 | 임상 2상 시험 |
췌장암, 대장암, 특발성 CD4 림프구감소증(ICL) |
MDK-703 | 미국 메디카인(Medikine) | 임상 1상 시험 | 불명 |
ASP-9801 | 일본 아스텔라스(Astellas) | 임상 1상 시험 | 전이성 고형암 |
BNT-152 |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 | 임상 1상 시험 | 고형암 |
이중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선 기업은 ▲프랑스 사이테리스(Cytheris)와 ▲우리나라의 네오이뮨텍이다. 두 회사는 각각의 IL-7 작용제인 ‘CYT107’와 ‘NT-I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Efineptakin alfa)를 임상 2상에서 평가하고 있다.
#사이테리스는 올해 미국암학회(ASCO)에서 mUC(점액성선암종: 대장암, 위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CYT107’를 스위스 로슈(Roche)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과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임상 결과 ‘CYT107’+‘티쎈트릭’ 병용요법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6.3%로, ‘티쎈트릭’ 단독요법군의 23.8%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다만 완전 반응률(CR)의 경우 각각 10.5%, 4.8%로 유의미했고, 특히 병용요법군에서만 T 세포의 빠른 확장이 관찰되었다.
개발 중인 후보 물질의 적응증은 흑색종과 신생물(종양)이다.
#네오이뮨텍의 ‘NT-I7’은 자체 플랫폼 기술인 ‘HyFc’을 통해 T 세포 발달의 핵심 영역인 IL-7 도메인의 구조적 불안전성이 개선되고 반감기가 연장된 재조합 융합 단백질 의약품이다.
이 약물은 네오이뮨텍이 제넥신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독점 실시 권리를 이전받은 파이프라인이다. 특히 ‘NT-I7’은 지난 2022년을 시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특발성 CD4 림프구감소증(ICL) 등 여러 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네오이뮨텍은 이 가운데 일부 임상을 중단하고 지금은 NIT-110과 NIT-112를 핵심 프로젝트로 선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NIT-110은 췌장암 및 MSS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와 NT-I7의 병용요법 글로벌 임상 1b/2a상이다.
회사측이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발표한 NIT-110의 임상 결과는 꽤 고무적이다. 췌장암 환자 48명이 포함된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1.1개월로 2차 표준 치료제 사용군(6.1개월)을 뛰어넘었다. MSS 대장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도 mOS가 13.2개월로 표준치료제(10.8개월) 대비 소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NIT-112는 거대 B세포 림프종 대상 CAR-T(키메릭항원수용체-T) 세포 치료제 ‘킴리아’와 NT-I7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이다. 임상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 미만성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게게 CAR-T 치료제인 ‘킴리아’ ‘예스카타’ ‘브레얀지’ 중 하나를 투여한 뒤 3주(21일)차에 NT-I7을 투여해 안전성, 내약성, 임상 2상 권장투여용량(RP2D)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 임상은 CAR-T 세포의 증폭과 효능 지속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임상 결과, CAR-T 치료제+NT-I7 병용요법의 전체반응률(ORR)은 81.1%을 기록했다. 그중 완전반응(CR) 7명, 부분반응(PR)은 2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킴리아와 NT-I7을 병용한 환자는 9명 중 7명이 치료반응을 보였으며 이 중 6명이 CR에 도달했다. 임상 결과, CAR-T 치료제+NT-I7 병용요법은 CAR-T 치료제에서 흔히 보고되는 CRS(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나 ICANS(신경독성) 같은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네오이뮨텍은 이같은 내용의 임상 결과를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했는데, 이를 토대로 CAR-T+NT-I7 병용요법에 대한 기술이전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윤석 네오이뮨텍 대표이사는 “이번에 ESMO에서 발표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용 치료의 기술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미 몇몇 기업들이 NT-I7과 자사의 CAR-T 기술을 병용한 비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임상결과 발표를 통해 논의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