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미국 화이자(Pfizer)의 암 악액질(Cancer Cachexia)치료제 ‘폰세그로맙(성분명: ponsegromab)’이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악액질은 암이 몸속 영양소를 빼앗는 병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몸무게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다. 환자가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어도 몸무게가 빠지는 것이 암 악액질의 특징이다. 암 환자의 20%가 악액질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FDA로부터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화이자는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2024·ESMO 2024)에서 악액질을 앓는 환자에게 폰세그로맙을 투여한 뒤 체중 변화 효과를 확인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는 성장 분화 인자(GDF15) 수치가 높은 암 악액질 환자 187명에게 폰세그로맙 100mg, 200mg, 400mg 또는 위약을 피하주사 형태로 12주 동안 투여했다. 환자들 가운데 40%는 비소세포 폐암을, 32%는 췌장암, 29%는 결장암을 앓고 있었다.
임상 결과, 폰세그로맙 그룹 환자들은 위약그룹에 비해 체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폰세그로맙 100mg을 투여받은 그룹은 위약 그룹 대비 몸무게 중앙값이 1.22kg 더 높았고, 200mg 그룹은 1.92kg, 400mg 그룹은 2.81kg 만큼 더 높았다.
폰세그로맙 400mg을 투여받은 그룹은 체중 증가 외에도 식욕과 악액질 증상, 신체 활동이나 골격 근육 지수 등이 개선됐다. 폰세그로맙 투여와 관련된 유의미한 임상 부작용은 없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화이자는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해 임상 3상을 시작하기 위해 규제 당국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말기암에서 나타나는 악액질은 환자 몸속 GDF15 농도가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GDF15는 뼈 형성 단백질(BMP)의 구성원으로,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 (TGF-β) 슈퍼패밀리 가운데 하나다.
GDF15는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약하게 발현하지만 염증이 생기는 과정에서 급격히 상승하는데, GDF15 수치가 높은 경우 대부분 염증이나 심근 경색, 특히 암과 연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폰세그로맙은 GDF15를 겨냥하는 단일클론 항체다. 화이자는 지난해 진행한 폰세그로맙의 1b상에서 몸무게, 식욕, 신체 활동 개선 효과와 GDF15 억제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듀크 암 연구소(Duke Cancer Institute) 제프리 크로포드(Jeffrey Crawford) 박사는 “암 악액질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이 있지만 현재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쓸 수 있는 옵션이 없는 상태”라며, “이 연구는 폰세그로맙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몸무게, 근육량, 삶의 질, 신체 기능이 나아진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맞춤형 치료법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이번 임상 결과는 암 악액질 차단 기전을 밝혀낸 강력한 증거”라며, “체중 관리를 위한 심혈관계 대사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로 이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GDF15 농도가 높은 심부전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폰세그로맙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은 내년에 종료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폰세그로맙’은 세계 첫 암 악액질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번 연구 결과는 ESMO 2024 발표와 동시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