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재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감염병 추가 확산과 이로 인해 발생할 연쇄적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한 정부의 뚜렷한 지침과 지원이 없어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일선 병원과 약국에서 코로나 치료제 수급 부족마저 발생하며 코로나19 당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 예산과 정책들이 엔데믹 이후 안일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11일 “엔데믹 이후 윤석열 정부의 안일함은 치료제 미확보와 예산 삭감 외에도 코로나19 장기화와 오미크론 확산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혈액 수급 문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당시 혈액 수급 안정화를 위해 신설했던 국가헌혈추진협의회가 이제는 유명무실한 채로 남아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한 해 동안 혈액 보유 주의경보는 13차례가 발령된 바 있다. 정부는 혈액 수급 안정화를 위해 ‘혈액관리법’ 개정에 따라 2021년부터 국가헌혈추진협의회를 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가헌혈추진협의회는 연1회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 대한 혈액 수급 안정화 대책 논의와 헌혈자 예우 방안에 대한 범정부적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대상위원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이 참여한다.
복지부가 서미화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헌혈추진협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2021년에 출범한 협의회는 1차 회의부터 참석자 10명 중 6명의 위원이 대리로 참석했고, 2022년과 2023년은 서면회의로 갈음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구성된 시도별 헌혈추진협의회 역시 부실하게 운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2023년 기준 광역시도별 헌혈추진협의회는 두 지역(경기, 대구)을 제외하고 모두 구성되어 있었으나, 각 시도별 협의회 회의 개최율은 50% 이하였다.
대한적십자사가 제출한 ‘혈액 수급 위기단계별 보유일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당시 헌혈추진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은 대구의 경우 한 해 동안 혈액수급 위기단계 중 주의·경계단계 일수는 75일에 달했고, 경기도의 경우 212일에 달했다. 두 지역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팬데믹 시기 동안 혈액수급 위기단계 일수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음에도 현재까지 헌혈추진협의회는 구성되지 않고 있다.
부실한 제도 운영도 정부의 혈액 수급 관리에 대한 안일함을 엿볼 수 있다.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도입한 헌혈 예약 콜센터(2016.7) 운영과 픽업서비스(2019.8) 시행 현황을 살펴본 결과, 두 제도 모두 이용 현황이 급격히 감소했다.
헌혈 예약 콜센터 이용 건수는 2020년 9만 7561건에서 2023년 2만 7117건으로 72% 가량 감소했고, 픽업 서비스의 경우 2019년 5505명에서 2023년 116명으로 98% 가량 대폭 감소했다. 대한적십자사에 픽업 서비스 이용 건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문의해 본 결과, 픽업 서비스의 대다수가 민방위 단체였는데 코로나19 이후 민방위 집합교육이 사라져 이용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혈액원별 인프라 부족으로 정부 공통사업에서 혈액원별 지역 특화사업으로 전환되며 혈액원 판단하에 자율적으로 서비스가 시행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2020년 기준 전국 혈액원 15곳 중 13곳에서 운영하던 픽업서비스가 5개의 혈액원(서울남부, 울산, 전북, 광주)으로 줄어든 것이다.
서미화 의원은 “혈액 수급 불균형 문제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저출생 고령화에 따라 헌혈자와 수혈자 불균형 문제로도 이어지는 심각한 현상인데도 정부는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기존에 마련했던 제도조차도 제대로 이어나가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엔데믹 전환이 감염병 사태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는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응체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데믹 대비를 위한 위기관리 대응 체계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