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A 수용체 길항제, 암·신장 질환 치료 특효 있나
ETA 수용체 길항제, 암·신장 질환 치료 특효 있나
개발 중인 ETA 수용체 길항제 후보물질 107개

대부분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개발에 집중

암 및 신장질환 분야 후보물질은 고작 10개

“아직은 개발 초기단계, 참여 기업 점차 늘어날 것”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4.09.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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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미트정 [사진=한국얀센 제공]
옵서미트정 [사진=한국얀센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엔도텔린 A(endothelin A, ETA) 수용체 길항제가 폐동맥 고혈압에 이어 암 및 신장 질환 치료제로도 주목을 받으면서 제네릭 품목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엔도텔린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로, 혈관을 수축하는 기능을 한다. ET-1, ET-2, ET-3 등 세 가지 하위 유형이 있는데, 이중 ET-1은 가장 강력하게 혈관을 수축한다.

ET-1은 ETA 수용체에 결합하여 혈관 평활근을 수축, 혈압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저혈압을 방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용으로 인해 과도하게 발현되면 심장에 무리를 주어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한다.

ETA 길항제는 ETA 수용체에 길항 작용하여 ET-1이 ETA에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

이 제제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었던 폐동맥 고혈압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최근에는 암 및 신장 질환에서도 치료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먼저 암의 경우 ET-1이 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T-1는 혈관 수축 외에도 신생혈관 형성을 유도하고, 신생혈관은 암 세포에 혈액과 포도당 등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이런 영향으로 현재 난소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에서 연구되고 있다.

신장 질환의 경우,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CKD는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으로, ET-1이 신장에서 과도하게 발현되면 신장 내 혈관을 수축시켜 사구체 여과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신장 기능을 망가뜨린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난소암, 전립선암, 대장암과 CKD 분야에서 아직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ETA 길항제가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ETA 수용체 길항제 후보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10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폐동맥 고혈압이 아닌 암 및 신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ETA 길항제는 10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ETA 수용체 길항제를 신약으로 개발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신 유일하게 국내 허가를 받은 미국 얀센의 ETA 길항제 ‘옵서미트’(Opsumit, 성분명: 마시텐탄·macitentan)의 제네릭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옵서미트’는 지난 2013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듬해 11월, 동일한 적응증으로 ‘옵서미트’를 품목허가했다.

이 약물은 본래 스위스 악텔리온(Actelion)이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얀센은 2017년 1월 악텔리온을 30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옵서미트’를 확보했다.

‘옵서미트’는 얀센 합류 이후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열에 올라섰다. 2023년에는 38억 달러(한화 약 5조 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큐비아 기준 ‘옵서미트’는 2022년 1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옵서미트’ 제네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옵서미트’는 2023년 3월 만료된 물질 특허와 2027년 10월 만료되는 조성물 특허가 있었다.

삼진제약은 지난 2022년 5월 해당 조성물 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하며 특허 무효화에 나섰다. 이듬해 4월에는 청구 성립 심결을 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2023년 5월 ‘마시텐정’(성분명: 마시텐탄)을 출시했다.

대웅제약 또한 지난해 5월 식약처로부터 ‘마시미트정’(성분명: 마시텐탄)의 허가를 취득했다. 참고로 대웅제약은 ‘옵서미트’ 조성물 특허 회피에 성공하지 못한터라 ‘마시미트정’은 현재 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는 ETA 수용체 길항제가 연구 결과에 따라 암 및 신장 질환 치료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제네릭을 개발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ETA 수용체 길항제는 아직 개발 초기단계로, 오리지널인 ‘옵서미트’ 조차 해당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했다”며, “다만, 암과 만성신장질환 분야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감안하면 상위 제약사들이 먼저 연구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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