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AZ(아스트라제네카)가 지배하고 있는 국내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 시장에 삼성바이오에피스, 한독, 노바티스 등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내년부터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C5 보체 단백질이 적혈구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적혈구의 파괴로 인해 혈색소가 섞인 소변을 누는 특징이 있고 일반적인 증상은 지속적인 피로감, 복통, 호흡곤란, 빈혈 등이다. 과반수의 환자들은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증으로 발전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PNH 치료제는 AZ의 ‘솔리리스주(성분명 에쿨리주맙)’와 ‘울토미리스주(성분명 라불리주맙)’로, AZ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솔라리스주’와 ‘울토미리스주’는 C5 보체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PNH 치료제이다. ‘솔리리스주’는 처음 4주간은 1주 1회, 이후 2주마다 1회 정맥주사로 맞아야 하는 약물이며, ‘울토미리스주’는 8주마다 1회씩 맞는다. 후속제품인 ‘울토미리스주’는 ‘솔리리스주’보다 투약 주기가 길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가 재평가를 받은 ‘솔리리스주’는 현재 30ml 바이알(병) 당 360만 원 수준의 보험약가를 받고 있고 ‘울토미리스주’는 2021년 6월 등재 당시 30ml 바이알 당 보험약값이 559만 8942원으로 정해져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PNH는 환자 10명 당 4명이 사망에 이르는 질환으로, ‘솔리리스주’와 ‘울토미리스주’는 실질적인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높은 약가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컨설팅 업체인 R&M(Research and Markets)의 2022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PNH 시장은 2021년 25억 8000만 달러(3조 4430억)에서 2027년 47억 7000달러(6조 3655억) 규모로 연평균 10.7% 성장이 예상된다.
AZ가 선점하고 있는 PNH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대거 침투한 배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월 19일 ‘솔리리스주’의 바이오시밀러인 ‘에피스클리주’(EPYSQLITM, 성분명 에쿨리주맙)에 대해 식약처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4월 1일 급여를 적용받았다. 삼바에피스는 의료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주’ 대비 약 70% 수준인 251만 4858원으로 약가를 대폭 인하하여 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수입약 전문기업인 한독도 이 시장에 참여한다. 한독은 당초 국내에서 ‘솔리리스주’를 수입·판매했으나, 이 약물의 국내 판권이 AZ로 넘어가면서 또다른 약물인 ‘엠파벨리주(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지난 4월 19일 국내 허가를 받은 한독의 수입의약품 ‘엠파벨리주’는 7월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고 현재 약가협상 단계에 있다. ‘엠파벨리주’는 선천성 체내 면역 체계의 일부인 보체 단백질 C3·C3b에 결합해 보체연쇄반응을 저해하고 혈관 안팎의 용혈을 억제하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들과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약물들은 정맥주사 제형인 것과 달리, ‘엠파벨리주’는 피하주사 제형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독 관계자는 9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PNH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솔리리스주’의 보험 급여 획득부터 시장 내에서 성장시킨 게 한독이기 때문에 PNH 시장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PNH 치료제인 엠파벨리주가 솔리리스와 경쟁을 했을 때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 PNH 시장에 뛰어든 건 노바티스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29일, C3와 C5 단백질을 모두 억제할 수 있는 ‘파발타(성분명 입타코판염산염수화물)’의 국내 허가를 받았다. 기존 치료제들은 정맥주사인 반면 파발타는 1일 2회 복용하면 되는 경구제로 개발됐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파발타가 PNH 치료제 중 유일한 경구제이고 내·외부 용혈을 모두 잡아주기 때문에 약효가 뛰어나다”며 “이대로라면 내년에 급여 적용이 돼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후발제품들이 보험급여 절차 등을 거쳐 내년부터는 출시되면 그동안 AZ 단독무대였던 PNH 시장 상황도 점차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맥주사, 피하주사, 경구제 등 다양한 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만큼,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에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기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