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작용제, 자살 충동 부작용 놓고 ‘설왕설래’
GLP-1 작용제, 자살 충동 부작용 놓고 ‘설왕설래’
자살 충동 부작용 주장 오래전부터 나와

여러 연구 결과 연관성 부족으로 결론

보이지 않는 차이 있어 ... “경계 늦추면 안 돼”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4.09.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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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만 치료제 GLP-1 작용제가 자살 충동 증상을 유도한다는 주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GLP-1 작용제가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나왔다. 지난 2014년 허가된 1세대 GLP-1 작용제 ‘삭센다’(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는 관련 임상 3상 시험에서 중증 이상반응 중 하나로 환자들의 자살 충동을 유도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제인터라 투약 불편성으로 인해 오랜기간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자살 충동 부작용 또한 묻히는 분위기였다.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과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등 2세대 GLP-1 작용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 약물의 투약 주기는 1주 1회인데, ‘삭센다’ 대비 투약 불편성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면서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폭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기준 ‘오젬픽’의 매출은 138억 달러(한화 약 19조 2000억 원)로, 전체 의약품 매출 6위를 기록했다. 그간 항암제 및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가 매출 10위권을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오젬픽’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이처럼 ‘오젬픽’과 ‘젭바운드’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사례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이슬란드 규제 당국이 2건의 GLP-1 작용제 환자의 자살 충동 사례를 유럽 의약품청(EMA)에 보고하면서 전세계 규제 당국의 심층 조사가 개시되었다.

그 결과 기관들은 GLP-1 작용제와 자살 충동 간의 연관성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1월 성명문을 통해 GLP-1 작용제와 자살 충동의 명확환 관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FDA는 이상사례 보고 체계 및 임상 시험 데이터 기반 GLP-1 작용제와 자살 충동의 관계가 입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EMA의 판단도 궤를 같이했다. EMA는 올해 4월 GLP-1 복용 환자의 대규모 건강 기록 데이터 베이스와 더불어 임상 시험 데이터 및 시판 후 검사 데이터까지 심층적으로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3일 발표된 2건의 대규모 연구 결과는 이러한 결론들을 뒷받침한다. 한 연구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GLP-1 작용제를 복용한 약 30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었고, 다른 연구는 GLP-1 작용제 허가용 임상 시험에 참여한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었다.

두 연구를 종합한 결과, 위약군이나 대조군 대신 GLP-1 작용제 투여군의 자살 위험이 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GLP-1 작용제군의 자살 사례는 77건이었고, 대조군은 71명이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젤라 피치(Angela Fitch) 비만 의학 협회(OMA) 회장은 “비만 환자들은 평균 대비 정신 및 신경 장애 질환이 동반될 확율이 더 높기 때문에 자살 충동 부작용이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GLP-1 작용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티모시 앤더슨(Timothy Anderson)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교수와 데보라 그레이디(Deborah Grady)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해당 연구들에 보이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들에 따르면, 연구는 등록일 기준 2년 이내 중증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병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자에서 제외했으며, ‘젭바운드’의 표적인 가스트린억제폴리펩티드(GIP) 호르몬의 정신 건강 영향에 대해서 간과했다.

앤더슨과 그레이디는 “두 연구 결과는 모든 사람에게 GLP-1 작용제가 안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며 “GLP-1 작용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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