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림제약이 우울증 치료제 ‘브린텔릭스’(성분명: 보티옥세틴브롬화수소산염)에 대한 자사의 개량신약 ‘한세틴정’(성분명: 보티옥세틴염산염)의 임상 시험을 본격화한다. 본지 취재 결과 한림제약은 5일 ‘한세틴정’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의 시험 참여자 모집을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험은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사으로 ‘한세틴정’ 20mg과 ‘브린텔릭스’ 20mg 투여 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실시기관은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이다. 시험은 스크리닝 1회, 입원(2박 3일) 2회 및 외래방문 13회(올해 11월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한세틴정’의 오리지널인 ‘브린텔릭스’는 덴마크 룬드벡(Lundbeck)이 개발한 다중 작용 기전의 항우울제다. 우울증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직접적인 조절과 세로토닌 재흡수의 억제를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4년 8월 ‘브린텔릭스’를 품목허가했다.
기존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등은 단일 혹은 이중 작용에 그쳤지만, ‘브린텔릭스’는 세로토닌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의 활성을 증가시켜 뇌 속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이 약물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최근 수년 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2년 기준으로 ‘브린텔릭스’의 국내 매출(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은 100억 원을 돌파했고 전체 항우울제 시장 점유율 순위는 3위로 올라섰다.
따라서 정신 신경 질환 의약품 포트폴리오에 매출 비중이 컸던 업체들은 ‘브린텔릭스’ 제네릭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인제약, 유니메드제약, 삼천당제약, 환인제약이 있다. 이중 명인제약은 지난 2023년 4월 식약처로부터 퍼스트 제네릭인 ‘보세틴정’의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반면, 한림제약은 제네릭이 아닌 염변경 개량신약으로 ‘브린텔릭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브린텔릭스’는 보티옥세틴에 브롬화수소산염수화물을 결합한 화합물이지만, 한림제약의 ‘한세틴정’은 보티옥세틴에 염산염을 덧붙인 것이다.
이는 염변경을 통해 특허로 가로막혀있는 ‘브린텔릭스’ 시장 진입을 조금이나마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브린텔릭스’ 제네릭을 공략하는 이들 4개 기업은 지난 2023년 1월 ‘브린텔릭스’의 용도 특허 대상으로 제기한 무효 심판에서 청구 성립 심결을 받은 바 있다. 해당 특허는 2028년 만료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린텔릭스’는 아직 2027년 5월 만료되는 물질 특허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네릭 품목이 식약처 허가를 취득하더라도 2027년 5월 이전까지는 출시하지 못한다. 이에 한림제약은 염변경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특허 회피에 나서는 것으로 읽힌다.
관건은 한림제약의 염변경 개량신약 개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다.
과거 국내 제약 기업들은 특허 만료 이전 염변경을 통해 특허를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했었다. 이는 오리지널사가 6개월~3년까지 존속기간 연장을 통해 의약품의 독점 기간을 늘려온 만큼, 제네릭 업체들은 약물의 염변경을 통해 특허를 피해가는 방식으로 제품을 조기 출시했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대법원이 염변경 의약품에 대한 특허 회피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로써 염변경 개량신약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한림제약이 ‘한세틴정’의 식약처 허가를 취득한 다음, 시장 출시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