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인체 상기도에 존재하는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코로나19 감염 또는 백신 접종 후 바이러스 ‘기억 면역 세포(memory T and B cell)’를 활성화해 감염의 중증도를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그동안 필요에 따라 절제해도 큰 문제가 없는 기관으로 인식됐는데,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절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데노이드에서의 면역 반응이 코로나19 질병의 경과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후속 연구 결과도 발표돼, 점막면역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략 마련에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김현직(이비인후과)·박완범(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기(2022년 5월~2023년 1월) 코로나19 환자들의 아데노이드에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을 분석해 임상적 결과와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경증 및 중증 코로나19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으로부터 비인두 샘플을 채취했다. RNA 시퀀싱 및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활용해 비인두에서의 인터페론 및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s) 발현이 환자의 임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인터페론은 초기 면역 방어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선천 면역 반응의 핵심 요소다. 발현 정도와 반응 지속성에 따라 질병의 경과와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 결과,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아데노이드에서 인터페론 및 인터페론-유도형 유전자(ISGs)의 발현이 증가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와 밀접하게 연관됐고, 인터페론 반응이 강할수록 바이러스 확산이 억제되며 짧은 시간 안에 회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증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서도 인터페론 반응이 나타났지만, 발현 수준은 경증 환자에 비해 낮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면역 반응의 강도와 타이밍이 질병의 심각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서 활성화된 대식세포(M1)와 수지상세포(DCs), 그리고 CD4+ 기억 T 세포가 인터페론 활성화에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아데노이드의 선천성 면역 반응과 기억면역세포 활성화가 바이러스 감염 이후 중증 질환으로 진행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현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억제를 위해 상기도에 전달할 새로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연구 근거가 될 것”이라며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없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바이러스 기억 면역세포 활성 공간으로서 역할을 못 하게 되므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은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Cellular and Molecular Life Science’ 온라인에 8월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2022년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가 진행한 편도 및 아데노이드 기억 면역 세포 활성화 관련 연구의 후속 연구에 해당한다. 김현직 교수는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의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바 있다.
편도 및 아데노이드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첫 타깃 조직이다. 잦은 감염 유발 기관이자 크기가 커지면 상기도를 좁혀 코골이·수면무호흡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해 수천 건의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편도 및 아데노이드의 조직학적 형태가 백신 접종 후 기억 면역 세포가 만들어지는 임파선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제거 대상이 아닌 인체에 도움을 주는 면역기관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라호야 면역연구소는 성인 편도 및 아데노이드에서 활성화하는 기억 면역 세포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아데노이드에서 후천성 면역 세포들이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백신 접종 후 기억 면역세포는 1년 이상 아데노이드에 존재했고, 혈액보다 면역 기능이 오래 유지됐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게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