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전기식 진단기기, 안과용 기기, 카테터·케뉼러, 주사기, 컴퓨터 단층촬영기기(CT)가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달 30일 펴낸 ‘엔데믹 시대, 의료기기 전략품목과 시장 분석: 잠재 유망품목 전략시장’에서 “이들 의료기기는 현재 수출 규모와 세계 시장 점유율은 작지만,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라며, “특히 전기식 진단기기(체성분 분석기, 심전도 의료기기)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된 미국에서는 의료기관 등에서 체성분 분석기를 점점 더 많이 도입하는 추세다.
KOTRA 뉴욕 무역관은 “한국산 체성분 분석기를 미국 피트니스 센터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각종 공공 기관, 미군 부대 등에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향후 수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심전도 의료기기도 수출이 유망한 분야다. 미국은 심혈관 질환 사망자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정부가 큰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23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미 전역에 있는 헬스케어 시스템과 대학에 1억 140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전기식 진단기기를 사이버 기기로 분류해 정보 보안을 위한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체성분 분석기의 경우 생산 및 수출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미국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3년 기준 한국산 전기식 진단기기는 미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3.1%를 차지했다. 미국 다음으로 유망한 시장은 중국과 호주다. 안과용 기기 수출 호조 시장으로는 인도가 꼽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는 인도 안과기기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7.91% 성장해 7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안과 질환(노안, 녹내장, 백내장, 유리체망막 질환, 굴절 이상 등)에 대한 치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다.
인도의 당뇨병 환자는 1억 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당뇨병성 망막증을 앓는 환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의료기기 유통사 마케팅 관계자는 KOTRA와 한 인터뷰에서 “대기 오염이나 농촌지역의 화전 등으로 인한 안과 질환자가 인도 전역에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안과 병원이 늘고 있고, 눈 건강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고 있어, 안과용 기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인도에서는 한국의 안과용 기기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인도 안과용기기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대리점을 오픈하거나 품질 보증, 무상 수리 등을 강화해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한국 안과용 기기의 인도 수입시장 점유율은 2.5%로, 최근 5년간 소폭(0.2%p) 늘었다. 인도 다음으로 유망한 시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이다.
일본은 카테터·케뉼러 수출에서 밝은 전망을 가졌다는 평가다.
일본의 카테터, 캐뉼러 등의 수입 시장은 최근 5년간(2019-2023) 연평균 3.2% 성장하며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수입 규모는 24억 5200만 달러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한국으로부터는 지난해 1억 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카테터, 캐뉼러, 수혈세트, 수액세트 등보다는 의료용 바늘 등이 주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KOTRA 오사카 무역관은 “최근 외래 환자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카테터, 캐뉼러, 수혈세트, 수액세트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향후에는 고부가가치 진단 및 어블레이션 치료 (경피적 심근소작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의료기기 수출입 및 컨설팅사 대표는 KOTRA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카테터, 캐뉼러는 의료기기 Class2 인허가 취득이 필요하다”며, “인허가 취득을 진행할 수 있고, 일본 전역에 있는 딜러에 공급할 수 있는 유통사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산 카테터·케뉼러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4.3%였다.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가 일본 다음으로 유망한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주사기 유망시장은 미국이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23년 미국 주사기 시장 규모를 25억 5000만 달러로 추산했고,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5.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암·당뇨병같은 성인병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서비스와 함께 주사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가 투여 주사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 기업은 저가형 중국산 주사기에 밀려 수출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미 정부는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해 2026년 까지 관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의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 가격 경쟁력을 갖춘 멕시코산 주사기 수입도 늘고 있어 반사 이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KOTRA는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산 주사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7%를 보였다. 미국에 이어 중국과 호주가 유망시장으로 꼽혔다.
컴퓨터 단층촬영기기(CT) 수출 가능성은 중국에서 높게 평가된다.
중국은 고령화 인구와 만성 질환자 증가로 CT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100만명 당 CT 설비 보유량은 27대로 다른 선진국(2021년 기준 일본 111대, 호주 47대, 미국 44대, 한국 40대)에 견주어 현저히 적다. 중국은 2025년까지 100만명 당 CT 보유량을 46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광둥성 의료기기협회 주임은 KOTRA화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제품 중에서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콘빔 CT(CBCT)가 유명하고 HDX, 바텍 등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편”이라며, 광저우시 황푸쿠 중의원, 토언 시 쏭타오현 중의원, 난닝시 마산현 보건소 등이 한국산 CT를 수입한 이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산 CT 설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5%였다. 중국 다음으로 유망한 시장은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KOTRA 관계자는 “이들 의료기기를 수출 주력 품목으로 키우기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R&D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수출 경쟁력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OTRA는 이들 유망시장을 ▲성장성(품목의 연평균 총수입 증가율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양의 증가율보다 큰 시장) ▲수입규모 (2023년 총수입액이 5백만 달러 이상) ▲수입추세(최근 5년간 해당 품목의 연평균 총수입 증감률이 양수이며, 연평균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양의 증감률이 –10% 이상인 국가)를 기준으로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산 임플란트, 엑스선 기기 부품, 치과용 엑스선기기, 치과용기기, 콘택트렌즈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으나 지속적인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품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