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고혈압 치료제 ‘카르베딜롤’(Carvedilol)이 심부전의 모든 유형에 걸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면서 국내 제네릭 품목에도 수혜가 돌아갈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심장 연구소 소속 데보라 벨포트(Deborah Belfort) 교수는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간)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이같은 내용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카르베딜롤’이 만성 심부전 환자의 다약제복용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임상 시험(시험명: CATHEDRAL-HF)은 좌심실 박출률(EF)이 향상된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카르베딜롤’ 단독요법을 평가한 연구였다. 시험 결과, ‘카르베딜롤’ 투여군은 치료 52주차에 입원, 사망, 부정맥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CATHEDRAL-HF 결과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단일 약물 하나로 만성 심부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만성 심부전은 좌심실 EF에 따라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박출률 향상 심부전(HFiEF) 등 크게 4개로 분류된다.
만성 심부전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되므로 치료 효과의 증폭을 위해 다약제 복용이 권고되고 있다. 일명 ‘4가지 축’(Four Pillars)으로 불리는 △ARN 억제제 △베타 차단제 △이뇨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의 1차 치료에 활용된다.
문제는 다약제 복용이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작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약학대학 소속 실비 페롤(Sylvie Perreault) 교수팀이 지난 2022년 실시한 연구 결과, 다약제 복용 환자는 사망 위험이 3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CATHEDRAL-HF 결과는 ‘카르베딜롤’이 만성 심부전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서 관심을 끈다.
‘카르베딜롤’은 비선택적 베타 차단제다. 심장에서 베타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심박수 및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키고,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 약물의 원 개발사는 영국 GSK로, GSK는 지난 2000년 8월 스위스 로슈에 ‘카르베딜롤’를 매각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딜라트렌’(성분명: 카르베딜롤)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종근당, ‘딜라트렌’ 제품명으로 국내 판매
이번 CATHEDRAL-HF 연구 결과는 국내 제네릭 품목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르베딜롤’의 국내 제품명인 ‘딜라트렌’의 우리나라 특허는 지난 2006년 만료됨에 따라 현재 100여개의 복제약이 허가된 상황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한미약품의 ‘카르베롤정’ ▲대웅제약의 ‘카베디아정’이 있다.
다만 CATHEDRAL-HF 연구는 적은 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규모 임상인터라 ‘카르베딜롤’ 품목들이 실제로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보라 벨포트 교수는 이와 관련 “‘카르베딜롤’의 유효성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더 큰 표본 규모를 토대로 추적 관찰 단계를 포함한 장기간의 임상 시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