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올들어 지금까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를 비롯, 총 29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관문을 통과한 가운데, 이달에도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3개 신약 후보물질의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심사 대상에는 희귀 유전병으로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니만-피크병(NPC)’ 치료제 등이 포함돼 관심을 끈다. 9월 FDA 심사대에 오를 신약 3개를 정리했다.
#반다 파마슈티컬스(Vanda Pharmaceuticals) ‘트라디피탄트’(Tradipitant) - 9월 18일
‘트라디피탄트’는 NK-1(neurokinin 1) 수용체 길항제로, NK-1는 신경 전달 물질인 Substance P와 결합하여 통증, 스트레스,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인자다. 이 약물은 NK-1에 길항 작용하여 위무력증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위무력증은 위의 근육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여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것이 현저히 지연되는 질환이다. 위운동성장애라고도 불린다. 증상은 식사 후 상복부 통증, 메스꺼움, 구토,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이다.
이 질환은 병리해부학적 변화가 아닌 주로 신경 기능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D2(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여 위장관의 운동을 촉진하는 약물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를 활용한다.
미국 FDA는 1979년 ‘레글란’(Reglan)이라는 제품명으로 ‘메토클로프라미드’를 위무력증 치료제로 허가했다. ‘메토클로프라미드’는 현재 FDA의 허가를 취득한 유일무이한 위무력증 치료제다.
하지만 ‘메토클로프라미드’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 기전이기 때문에, 지연성 운동이상증(TD)라는 치명적인 신경계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에 FDA는 지난 2009년 12주 이상 ‘메토클로프라미드’ 복용을 금지하는 경고문구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트라디피탄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위무력증 치료 신약이다. 반다 파마슈티컬스 측에 따르면, ‘트라디피탄트’는 관련 임상 3상 시험에서 음식물의 배출를 유도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위 기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FDA는 2023년 12월, ‘트라디피탄트’의 신약 허가 신청서(NDA)를 접수하고 심사 기간을 2024년 9월 18일로 지정했다. 만약 ‘트라디피탄트’가 FDA 관문을 통과한다면 약 45여년 만에 새로운 위무력증 치료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제브라 테라퓨틱스(Zevra Therapeutics) ‘아리모클로몰’(arimoclomol) - 9월 21일
‘아리모클로몰’은 니만-피크병 C형(NPC: Niemann-Pick disease type C)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본래 덴마크 오르파자임(Orphazyme)이 개발한 것으로, 오르파자임은 2022년 5월 ‘아리모클로몰’의 모든 권리를 제브라 테라퓨틱스에 매각했다.
대상 질환인 니만-피크병은 체내에서 지질 대사가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세포 스트레스가 여러 신체 조직에 축적되고, 기능 이상을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A형 및 B형은 스핑고미엘리나제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하고, C형, D형 E형은 NPC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한다.
현재 니만-피크병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표준 치료법은 관련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리모클로몰’이 FDA의 허가를 받을 경우, 사상 첫 니만-피크병 치료제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 약물의 정확한 약물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세포가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 생성을 촉진하여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FDA는 ‘아리모클로몰’을 희귀의약품,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 혁신 신약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아리모클로몰’은 20여년 전부터 FDA의 품목허가에 도전해 왔다. 원 개발사인 오르파자임은 지난 2020년 5월 니만-피크병 C형 치료제로 FDA에 ‘아리모클로몰’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업계는 당시 니만-피크병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고려했을 때, ‘아리모클로몰’이 무난하게 FDA의 관문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FDA는 2021년 6월 허가 신청서에 포함된 임상 시험 데이터의 불충분을 지적하며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제브라 테라퓨틱스는 오르파자임으로부터 ‘아리모클로몰’을 확보한 이후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을 평가하는 추가 임상을 실시하며 치료제 개발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2023년 12월, FDA에 니만-피크병 C형 치료제로 ‘아리모클로몰’의 NDA를 제출했고, FDA는 올해 1월 ‘아리모클로몰’의 NDA를 접수, 이를 우선 심사 품목으로 지정했다.
당초 FDA는 ‘아리모클로몰’의 유효성에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올해 8월 산하 유전대사질환 자문위원회(GeMDAC)를 소집했는데, 자문위는 ‘아리모클로몰’ 대해 찬성 11표, 반대 5표로 최종 허가를 권고했다.
자문위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FDA는 대체로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이에 따라 FDA는 오는 21일 ‘아리모클로몰’을 품목허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KarXT’(자노멜린-트로스피움·xanomeline-trospium) - 9월 26일
‘KarXT’는 조현병을 치료 적응증으로 하는 약물로, 조현병 치료 분야에 혁신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약물이다.
조현병은 사고의 장애, 망상, 환각, 현실 괴리감, 기이한 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으로, 정신분열증이라고도 불린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과잉 생성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로 인해 표준 치료법은 과발현된 도파민을 차단하는 것이다. 전형적 향정신제인 D2 길항제와 비전형적 향정신제인 세로토닌·도파민 길항제로 나뉘며 이들은 각각 1세대, 2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하지만 이 약물들은 도파민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 급성 근긴장이상이나 움직이려는 강한 충동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등의 추체외로증상(EPS) 혹은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다.
‘KarXT’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티콜린의 수용체 중 하나인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인 엑사노멜라인(xanomeline)과 트로스피움(trospium)을 결합한 비도파민 계열 약물이다.
이 약물은 본래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카루나 측은 지난 2018년 릴리로부터 ‘KarXT’를 양도 받았다. 이후 미국 BMS는 2024년 3월 카루나를 인수하면서 ‘KarXT’를 확보했다.
‘KarXT’는 관련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MERGENT-2)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시험에서 치료 5주 차에 조현병 양성·음성 증후군 평가지표인 PANSS 점수 변화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