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올해 3월 태국 독감 백신 시장에 진출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에는 대만 백신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공략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이미 GC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출시한 상황으로, 현지에서도 우리나라 양대 백신 기업 간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대만 제약사 에니뮨(ENIMMUNE, 安特羅)과 세포배양 3가 및 4가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에 관한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이다. 에니뮨이 이들 제품에 대한 현지 허가를 획득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완제품을 공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3가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와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그리고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에니뮨은 이번 계약에 따라 곧 이들 백신 제품에 대한 대만 임상 및 상용화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계약과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은 양사 합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태국 시장에도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공급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약 44만 도즈(1회 접종분)를 태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텍에 공급하기 위해 안동L하우스에서 출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에는 태국 정부 산하 국영 제약사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와 업무 협약(MOU)을 맺고 ‘스카이셀플루’의 완제 생산 기술을 현지 공장에 이전해 상업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남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자사 백신의 글로벌 규제 기관 및 개별 국가의 인허가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장티푸스 접합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심사(PQ) 인증을 확보했고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는 멕시코 정부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GC녹십자, 4가 독감백신 대만 공급 본격화
SK바사, 국내 임상자료 활용 빠른 상용화 기대
대만은 의약품 품목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국가 중 하나로,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을 혁신 산업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가 대만에 진출해 있는데, 국내 제약사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앞서 GC녹십자가 먼저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지난 3월 자사의 독감백신 제조기술을 이전받은 대만 소재 백신 전문기업 메디젠 백신 바이오로직스(MVC, Medigen Vaccine Biologics Corp.)를 통해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로부터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GC녹십자는 앞서 지난 2018년 MVC와 기술이전 파트너십을 맺고 이후 현지 임상을 통해 글로벌 제조사의 대조약과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허가를 통해 GC녹십자는 MVC에 독감백신 원액을 공급하고, MVC는 GC녹십자로부터 백신 완제품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현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품의 생산 및 공급을 시작했다.
특히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대만 품목허가에는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의 자료가 폭넓게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 임상 자료를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 백신도 대만에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에서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가 적용돼 무료 접종이 가능한 독감백신은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4개에 불과하다. 그중 하나가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인데, 차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만 독감백신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이들 두 백신 강자가 국내를 넘어 대만에서도 NIP 경쟁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한편, 대만 내 독감백신 시장은 약 50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