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발작성 야간 혈색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eculizumab)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속속 허가를 받으면서 출시 가능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의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를 허가 받았다. 앞서 미국 암젠(Amgen)도 올해 5월, ‘비켐브’(Bkemv)의 FDA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두 약물의 적응증인 PNH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C5 보체 단백질이 적혈구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수면 중 혈색소가 섞인 소변을 누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증상은 지속적인 피로감, 복통, 호흡곤란, 빈혈 등이다. 환자의 약 50%는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증으로 발전한다.
‘솔리리스’는 C5 보체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PNH 치료제다. 처음 4주간은 1주 1회, 그 이후부터 2주 1회 투약한다. FDA는 지난 2007년 3월 ‘솔리리스’를 처음 허가했다. 국내에서는 한독이 수입, 2010년 10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 약물은 현재 연간 4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PNH가 100만 명 당 1~5명 꼴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임을 고려하면 ‘솔리리스’의 블록버스터 등극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솔리리스’가 천문학적 수준의 고가 의약품이라는사실이다.
미국 기준 ‘솔리리스’의 연간 약값은 44만 달러(한화 약 5억 9000만 원)에 달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허리가 휠 정도의 초고가이지만, ‘솔리리스’ 이전까지 환자들은 매일 정기적으로 수혈 및 항혈전증 예방 요법 등의 번거로운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경제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솔리리스’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동기를 북돋아 주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암젠(Amgen)은 2019년부터 각각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다.
암젠 ‘비켐브’, 내년 3월 미국 출시 확정
오리지널 보유기업인 알렉시온(Alexion)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 회사는 매출과 직결되는 PNH 용도 특허를 미국 특허청(USPTO)에 신규 출원하여 2027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진입 차단을 시도했다.
이후 알렉시온은 USPTO의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고, 2021년 알렉시온을 인수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도 바통을 이어받아 ‘비켐브’와 ‘에피스클리’의 시장 진입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암젠은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당사자 간 특허 무효심판(IPR)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알렉시온이 ‘솔리리스’의 미국 독점 판매권을 2027년까지 연장시킨 용도 특허를 비롯해 특허 3건에 대해 IPR을 청구했다.
암젠과 알렉시온은 이듬해 5월, 최종 합의를 도출하면서 소송을 종료했다. 합의는 암젠이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를 2025년 3월 1일까지 출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비켐브’는 내년 3월 중 출시가 확정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오퓨비즈’ 이어 ‘에피스클리’도 난항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오리지널 약물에 대한 특허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솔리리스’의 용도 특허를 깨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2023년 6월 ‘솔리리스’ 특허 4건에 대해 PTAB에 IPR을 청구했다.
이에 아스트라라제네카의 자회사가 된 알렉시온은 올해 1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2월에는 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올해 5월, 알렉시온이 제시한 특허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허침해 소송과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해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방순회 항소 법원에 항소하는 동시에, 판결이 나오기 전 ‘에피스클리’가 출시되지 못하도록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임시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그런데 법원은 올해 6월 알렉시온이 신청한 임시 금지 명령까지 기각해 버렸다.
현재 알렉시온이 제기한 항소 2건은 연방순회 항소 법원에 계류 중이며 재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에피스클리’는 FDA의 허가를 받았음에도 미국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알렉시온의 끈질긴 어깃장은 ‘에피스클리’의 출시를 지연시킨 다음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 보면 악재가 겹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리제네론(Regeneron)의 블록버스터 안구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Opuviz)’의 FDA 허가를 받아놓고도 특허 장벽에 막혀 미국 출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만, ‘에피스클리’는 1심 법원이 삼바에피스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오퓨비즈(Opuviz)’ 처럼 애을 먹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