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사상 첫번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도마페타민’(midomafetamine)이 허가의 마지막 문턱에서 좌초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일(현지 시간), 라이코스 테라퓨틱스(Lykos Therapeutics)의 ‘미도마페타민’ 허가 신청서(NDA)에 보완 요청 서신(CRL)을 보내며 반려했다.
회사 측은 FDA가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미도마페타민’을 허가할 수 없으며, 추가 임상 3상 시험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라이코스는 현재 CRL의 내용을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FDA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미도마페타민’은 MDMA 메틸렌디옥시 메스암페타민(MDMA) 계열의 각성제 약물로, 엑스터시라고도 불린다. 흥분과 환각 작용을 나타내는 합성 화합물질이다. 극적인 흥분 상태, 황홀감, 왜곡된 감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오남용될 위험성이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약으로 강력하게 규제되는 물질이다.
라이코스 측은 ‘미도마페타민’의 작용기전이 뇌의 공포 반응을 감소시켜 고통스러운 기억에 압도되지 않은 채 이를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보조제로서 주목했다.
이 회사는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MDMA 계열 약물의 PTSD 보조 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세계 최초의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 이중 NDA에 포함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MDMA-AT)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PTSD 환자를 대상으로 ‘미도마페타민’과 위약의 심리 치료 보조제로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었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30개 문항으로 구성된, 기존 PTSD 증상과 변화에 대해 평가하는 CAPS-5 점수 감소 여부였다. 2차 평가변수는 5가지 문항으로 환자의 기능 장애를 자가 보고하는 시한 장애 척도(SDS) 점수의 변화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치료 18주차에 ‘미도마페타민’ 투약군의 점수는 23.7점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14.8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평가변수에서도 ‘미도마페타민’ 투약군은 3.3점 줄어들었만 위약군은 2.1점 감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FDA는 이같은 데이터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올해 6월 허가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산하 정신약리약물자문위원회(PDAC)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찬성 1표, 반대 10표 등 압도적인 목소리로 ‘미도마페타민’에 비토를 쏟아냈다. 주요 의견으로는 제출된 데이터가 ‘미도마페타민’의 유효성이 위험성을 능가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위원들은 약물 남용 여부에 대한 분석이 현저히 부족하고, 임상 시험 설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더 많은 증거 수집을 위한 추가 임상 시험 실시를 권고했다. FDA는 이를 수용하여 ‘미도마페타민’를 불허가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라이코스 측은 “FDA의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이라며 “전쟁 참전용사, 구조대원 등 PTSD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 옵션없이 고통을 감내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하루빨리 ‘미도마페타민’이 허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FDA의 요청이 단순한 데이터의 재분석이 아닌 추가 임상 3상 시험인 만큼, ‘미도마페타민’이 FDA의 허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PTSD 진단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PTSD 치료 환자는 2015년 7268명에서 2019년 1만 57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PTSD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의료인의 재량에 따라 수면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의 약물을 처방하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