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령이 항암제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허 기간이 끝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품목 도입뿐 아니라 특허가 남은 오리지널의 퍼스트제네릭을 확보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항암제 사업 강화에 힘입어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보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발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성분명 : 포말리도마이드)’의 퍼스트제네릭인 ‘포말리킨캡슐’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용량은 1·2·3·4mg 등 총 4가지이고, 적응증은 ▲레날리도마이드 치료 후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과 병용요법 ▲레날리도마이드 및 보르테조밉 치료 후 덱사메타손과 병용요법 등 2가지로, 오리지널과 용량·적응증이 모두 같다.
‘포말리스트’는 세엘진이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의 후속 제품으로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처음 허가받은 경구용 다발골수종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포말리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228억 원이다. 전년(195억 원)보다 17% 증가한 규모로, 출시한 지 10년이 지난 약물인데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보령은 지난 2020년 ‘포말리스트’의 특허 회피에 성공한 데 이어 2024년도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해 다시 한번 회피에 성공한 바 있다. 제네릭 개발 방법을 변경하면서 두 번의 회피심판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네릭 상용화 시기도 다소 늦어져 올해 1분기에서야 허가 신청이 이뤄졌다. 다만, 보령을 제외하고는 ‘포말리스트’ 제네릭 허가 신청을 한 제약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포말리킨캡슐’ 허가로 보령은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보령은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항암제 시장의 최강자다. 이 회사의 항암제 사업은 LBA(Legacy Brands Acquisiton, 레거시 브랜드 인수) 전략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LBA는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로열티로 일정 수준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유지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를 의미한다. ‘젬자(성분명 : 젬시타빈)’, ‘알림타(성분명 : 페메트렉시드)’ 등 항암제가 보령의 대표적인 LBA 품목이다.
‘젬자’는 지난해 169억 원, 같은 기간 ‘알림타’는 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품목의 합산 매출은 395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보령의 전체 항암제 매출(2170억 원)의 20%에 육박한다. LBA 품목이 회사의 항암제 매출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령 항암제 매출은 LBA 품목의 성장에 힘입어 2019년 798억 원에서 지난해 2170억 원으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령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8596억 원이다. 회사 매출의 25% 이상을 항암제가 채운 셈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반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Onco(항암제) 부문은 전년 대비 8% 이상 성장했고, LBA(항암제 오리지널 제품인수) 품목은 모두 처방이 확대됐다. 특히 ‘젬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항암제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회사 실적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령은 최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892억 원, 영업이익 36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6%, 4% 증가한 수치이며,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다만, LBA 품목은 특허가 끝나고 오리지널사와 도입 계약이 필요한 만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보령은 특허가 끝나지 않은 오리지널 항암제들을 겨냥한 퍼스트제네릭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령은 이번에 제네릭 허가를 확보한 ‘포말리스트’ 외에도 에자이의 ‘렌비마(성분명 : 렌바티닙)’, 화이자의 ‘입랜스(성분명 : 팔보시클립)’, BMS의 ‘스프라이셀(성부명 : 다사티닙)’ 등 다수 오리지널 항암제의 제네릭 출시를 목표로 특허도전을 진행 중이다.
이중 ‘렌비마’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인용 심결을 받으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입랜스’의 경우 캡슐제 특허를 회피한 데 이어 최근 정제 특허를 무효화하는 데 성공했다. ‘입랜스’는 물질특허가 오는 2027년 만료 예정이어서 제네릭 상용화는 3년 뒤 이뤄질 전망이다.
‘스프라이셀’과 관련해서는 일찌감치 특허 공략을 마친 상태로, 현재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