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보체 억제제 ‘파발타’(Fabhalta, 입타코판·iptacopan)가 면역글로불린A 신병증(IgAN)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다. 보체 억제제가 해당 적응증을 확보한 사례는 이번이 전세계 처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 시간), IgAN 치료제로 ‘파발타’를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했다. 가속 승인은 대리평가 변수(임상적 유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를 바탕으로 조건부 허가하는 제도다. 노바티스 측은 3상 최종 결과에서 치료 유효성을 확증해야 정식 허가로 전환할 수 있다.
이번 허가는 노바티스가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PPLAUSE-IgAN)의 중간 분석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원발성 IgA 신장병증이 있는 환자 470명을 대상으로 ‘파발타’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4월 APPLAUSE-IgAN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모집된 국내 환자는 총 40명이었고, 중앙대학교병원 등 11곳에서 실시되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파발타’는 위약 대비 환자의 단백뇨를 38% 감소시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치료 9개월차에 ‘파발타’ 투여군의 단백뇨 감소율은 44%인 반면, 위약군은 9%에 그쳤다.
하지만 ‘파발타’는 시험의 1차 평가변수인 사구체여과율(egFR) 유효성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가속 승인은 확인된 단백뇨 감소율을 토대로 egFR 또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차후 평가될 ‘파발타’의 egFR 개선 여부에 따라 FDA의 정식 허가 전환의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측은 오는 2025년 하반기에 APPLAUSE-IgAN 시험을 마무리짓고 정식 허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egFR이란 1분 동안 사구체에서 걸러지는 혈액의 양을 바탕으로 신장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측정도구다. 사구체는 여과 장벽을 구성하여 체내에 필요한 혈구와 단백질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크기가 작은 물질이나 수분은 자유롭게 통과시키는데, egFR이 증가하면 신장기능이 저하됨을 뜻한다.
‘파발타’는 C5 보체 단백질의 활성을 촉진하는 B인자를 3가지의 경로에서 표적하는 경구제다. 단백질 신호 연속단계에서 C5 말단 경로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과도한 면역 활성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미국 FDA는 지난 2023년 12월, ‘파발타’를 발작성 야간 혈색뇨증(PNH) 치료제로 허가한 바 있다. 당시 경구용 PNH 치료제가 허가를 취득한 사례는 ‘파발타’가 사상 첫번째였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번에 ‘파발타’가 새로운 적응증으로 취득한 IgAN은 신장에서 혈액이 걸러질 때 면역글로불린A(IgA)가 사구체에 침착되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이다. 그동안 IgAN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은 합병증을 관리하기 위해 대증요법을 표준치료법으로 사용해왔다.
IgAN 치료제는 최근에 등장했다. 가장 먼저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어선 약물은 스웨덴 캘리디타스 테라퓨틱스(Calliditas Therapeutics)의 ‘타르페요’(Tarpeyo, 성분명: 부데소니드·budesonide)다. ‘타르페요’는 지난 2021년 12월, 첫번째 IgAN 치료제로 미국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다만 ‘타르페요’는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로 부작용의 위험성이 동반되는 만큼, FDA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번에 ‘파발타’를 조건부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파발타’의 허가 근거가 된 APPLAUSE-IgAN 연구가 국내에서도 실시되었으므로, 노바티스는 ‘파발타’의 미국 FDA 정식 허가를 마무리 짓고 우리나라 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