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암환자가 늘어가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공략 대상이 자가면역질환에서 항암제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진행된 바이오시밀러 대전에서 항암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암 치료 분야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종양의 변이 및 증식으로 인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치가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 반면, 자가면역 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비용 효율적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오랜기간 항체 약물 시장에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가 항암제 대비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약바이오기업과 각국 정부는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해 값싼 치료제 공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항암제가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공략 대상으로 부상했다.
단일특이성 항체는 특정한 하나의 분자 표적에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암을 치료하는 약물로, 현재 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약물들은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7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순식간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대표적인 품목은 스위스 로슈(Roche)의 항암제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과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bevacizumab)이다. ‘허셉틴’과 ‘아바스틴’은 2019년 각각 60억 달러(한화 약 8조 2000억 원)와 71억 달러(한화 9조 7000억 원)의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9년은 두 약물의 미국 특허가 만료된 시점이다.
특허 만료 이후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퉈 바이오시밀러를 내놓고 있다. 현재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은 ‘허셉틴’과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19개와 29개다. 이처럼 시밀러가 우후죽순 나오면서 오리지널 약물들은 급속도로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두 약물의 바이오시밀러 전체 시장 점유율은 86%에 달한다.
‘키트루다’ 및 ‘옵디보’, 바이오시밀러 주요 공략 대상으로 부상
현재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약물은 PD-1 면역관문 억제제인 미국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와 미국 BMS의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이다. 이들 약물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동하면서 초특급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키트루다’는 2023년 약 250억 1100만 달러(한화 약 32조 5143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세계 의약품 순위 1위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한 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최초다.
‘옵디보’는 ‘키트루다’에 미치지 못하지만, 2023년 약 90억 달러(한화 약 12조 5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전체 의약품 매출 순위는 11위, 항암제 매출 순위는 3위였다. 따라서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19개와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약물의 특허는 모두 2028년 이후 만료될 예정이어서 향후 바이오시밀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 새로운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개발 소식은 감감무소식
‘키트루다’와 ‘옵디보’를 겨냥한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 외 새로운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 얀센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daratumumab)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2023년 전년(80억 달러) 대비 22% 증가한 97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의 수익을 거두어 전체 의약품 매출 순위 9위, 항암제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지만, 시밀러 개발은 잠잠하다. 이는 ‘다잘렉스’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바이오시밀러 개방 시점이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잘렉스’의 미국 독점 판매권을 보장하는 물질 특허의 만료 시점은 2027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얀센은 복제약 공습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특허를 출원하여 ‘다잘렉스’의 특허권 유효기간을 대폭 늘려놓은 상황이다. ‘다잘렉스’의 모든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은 오는 2035년 경으로 추정된다.
현재 의약품 시장에서 항체 약물 기반 항암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다잘렉스’를 제외하고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의약품 매출 순위 50위에서 항체 약물 기반 항암제는 총 6개로, ▲‘키트루다’ ▲‘옵디보’ ▲‘다잘렉스’를 뺀 나머지 약물은 ▲‘임핀지’(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durvalumab)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 ▲‘퍼제타’(Perjeta, 성분명: 페르투주맙·pertuzumab)이다. 그런데 ▲‘임핀지’ ▲‘티쎈트릭’ ▲‘퍼제타’의 매출은 ▲‘키트루다’ ▲‘옵디보’ ▲‘다잘렉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bevacizumab) ▲‘리툭산’(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rituximab) 등 이미 특허 장벽이 풀린 약물의 시밀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