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그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DI)이 이달 발간한 ‘제1차 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 및 2023년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규모는 생산액 11조 3000억 원, 수출액 6조 8000억 원, 수입액 6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1%, 33.5%, 2.1%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인 2019년 우리나라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11.8%, 8.9%씩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각각 39.2%, 81.1%의 성장률을 나타냈는데 2020년부터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생산 및 수출액이 각각 554.2%, 624.0%로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시장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중 코로나19 진단시약에 해당되는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약과 고위험성감염체유전자검사시약의 신규 허가 건수는 2020년 각각 68건, 24건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353.3%,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생산·수출 주력 품목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일반의료기기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수출 품목 상위권에는 치과용 임플란트와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이 있었지만 2022년에는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약과 유전자검사진단시약으로 바뀌었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생산액은 이후에도 해마다 30%대의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수출액은 2022년도 이후 빠른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약과 고위험성감염체유전자검사시약 수출액은 각각 2조 4268억 원, 5117억 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각각 4773억 원, 1917억 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 들면서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까닭으로 분석된다.
2023년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액 규모는 6조 8000억 원으로 전년(10조 1745억 원) 대비 33.5% 감소했는데 이 역시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출액이 급감한 까닭이다.
단, ‘HIV·HBV·HCV·HTLV 진단면역검사시약’은 2023년 기준 상위 5대 품목 중 유일하게 생산 및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각각 84.4%, 15.6% 증가했다.
한편, 2020년 이후 수입된 의료기기 상위 품목은 검체채취용 도구, 다초점인공수정체, 관상동맥용스텐트 등이 있지만 이 가운데 코로나19 진단시약과 관련된 품목은 없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진단에 국산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매출액 상위 10대 의료기기 기업은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 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2019년 의료기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은 바디프렌드가 1위를 차지했고, 치과(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바텍), 영상진단(삼성메디슨, 한국지이초음파), 시력보정렌즈(아이아이컴바인드, 케미그라스) 등 일반의료기기 전문기업이 대부분이었다.
2022년 의료기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체외진단의료기기 기업은 6개이고, 그 가운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매출액 2조 원 이상을 달성하며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기기기업 대부분은 연간 10억 원 미만의 제조·수입실적을 보유한 영세한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의료기기 제조 기업 중 10억 미만의 생산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약 80%(3345개소)다. 그 가운데 100억 원 이상되는 생산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4.3%(180개소)에 지나지 않으나, 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금액은 국내 전체 의료기기 생산액의 83.6%(약 13조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의료기기 수입 기업 중 10억 미만의 수입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약 84%(2536개소)다. 100억 원 이상 수입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3.5%(106개소)이며, 이 기업들이 수입하는 금액은 국내 전체 의료기기 수입액의 77.8%(약 4조 9천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