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영양소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지금의 영양소 권장섭취량은 80여년 전인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권장섭취량의 잘못된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 및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2024년 6월 SCIE 국제학술지 ‘영양(Nutrition)’에 연구단신(short communication)으로 온라인 출판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총장 서홍관) 대학원장인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연구에서 “비타민C의 하루 권장섭취량이 영국이나 인도는 40mg, 우리나라와 일본은 100mg, 프랑스는 110㎎으로 나라마다 크게 차이가 나고,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약 75%, 여성의 83%가 비타민D 결핍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인의 68%, 유럽인의 40%가 비타민D 결핍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비타민D 혈중 농도를 20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 기준으로 한 결과로, 일반 병의원에서는 30ng/mL로 기준이 높아 특히 여성의 경우 90% 이상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받고, 비타민D를 주사나 정제로 섭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승권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이 전체 인구의 80-90%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는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인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권장섭취량의 잘못된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며, “당시 영양결핍은 매우 흔해 미국의 군징집병중 25%가 현재 혹은 과거 영양결핍자였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권장섭취량은 극단적으로 과도한 양”
명 교수에 따르면, 미국 국방자문위원회는 미국국립과학한림원에 국방과 관련한 영양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고, 군인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적용되는 주요 영양소의 권장섭취량을 1941년에 만들었다. 문제는 이때 만들어진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가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았고, 임상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5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서 의견을 수렴해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별 권장섭취량을 정했다.
이 당시 권장섭취량은 건강의 최적 상태와 관련한 의학적 및 임상적으로 타당한 연구 결과로부터 얻은 근거가 아닌 전문가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뒤로 여러 차례 개정이 되긴 했지만, 현재까지 권장섭취량을 ‘특정 나이와 성별의 집단에서 거의 대부분의(97~98%) 건강한 사람들의 영양요구량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한 하루 평균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건강한 사람들 100명이 있다면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다양한데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권장섭취량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권장섭취량은 극단적으로 과도한 양이라는 것이다.
명 교수는 “이러한 권장섭취량에 상응하는 비타민D의 혈중농도인 20ng/mL(병의원에서는 30ng/mL) 이하인 경우를 비정상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적어도 80~90%가 비타민D 결핍 혹은 부족으로 잘못 분류가 된 것이 문제”라며,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의 비타민D 혈중농도가 분포하는 구간이 12~20ng/mL인데 결핍이나 부족이라는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며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정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비타민D 혈중 검사는 불필요하며 20ng/mL 미만이라도 비타민D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며, “마찬가지로, 영국과 인도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비타민C 섭취량이 적어 상위 2.5%의 비타민C 섭취량 40mg이 권장섭취량이 된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위 2.5%의 비타민C 섭취량이 100mg이기 때문에 권장섭취량이 2배 이상 많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권장섭취량은 섭취량과 최적의 건강상태와는 상관없이 특정 인구집단별로 상위 2.5%의 극단적으로 과도한 섭취량에 기반한 것이라는 얘기다.
명승권 교수는 “현재의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 즉 건강한 사람들 중 상위 2.5%의 섭취량은 과도하게 많은 섭취량으로, 되도록 충분히 많은 양을 권장해야 했던 80여년 전 영양결핍이 흔한 시대에서는 틀리지 않았을지만 이후 영양성분 섭취와 최적의 건강상태를 규명하는 타당한 역학적 연구방법론이 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코호트연구라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한 결과, 질병의 발생과 사망률은 체질량지수(키와 몸무게를 이용한 비만도)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높아지고, 중간 정도인 경우가 가장 낮게 나와 이 구간을 표준체중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권장섭취량도 코호트연구를 통해서 최적의 건강상태를 보이는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의 범위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권장섭취량 및 영양결핍 관련 연구는 잘못된 개념과 정의의 권장섭취량에 기반 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으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이같은 주장과 견해가 국제학술지에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학 및 영양 등 관련 학계에서 새로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