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로봇수술이 표준적 치료법으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임상 효과를 개선할 뿐 아니라 환자 안전 및 병원 운영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인하대병원은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과학인용색인확장판)급 국제학술지인 INJ(International Neurourology Journal, 국제신경학저널)에 로봇수술 도입이 병원의 임상 및 운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표적인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의 연평균 성장률은 지난 5년 동안 17%에 달하는 등 로봇 장비와 술기의 발전으로 로봇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인하대병원 연구팀은 로봇수술이 병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로봇수술 도입 초기 단계에서 병원들이 직면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분석과 발표 사례는 아시아 의료기관 중 최초에 해당한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는 추성필 산부인과 교수(로봇수술부센터장), 공동저자는 최선근 외과 교수(진료부원장)·김영미 간호사(의료평가팀장)·전미숙 간호사(로봇수술센터 코디네이터)이며 교신저자로 이택 비뇨의학과 교수(병원장)와 이진욱 외과 교수(로봇수술센터장)가 참여했다. 현직 병원장이 초대 로봇수술센터장으로서 연구에 직접 참여한 케이스다.
연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하대병원에서 시행된 로봇수술과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환자들의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한다. 갑상선 절제술, 직장 수술, 탈장 교정술,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 부분 신장 절제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수술을 받은 환자 3147명의 전자의무기록(EMR)을 비식별화해서 살펴봤다.
인하대병원은 이 과정에서 로봇수술기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의료기관의 임상적, 재무적, 운영적 지표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맞춤형 병원 분석(Custom Hospital Analytic, CHA)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국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고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로봇수술 도입 후 병원의 환자치료 임상 결과와 병원의 운영적 측면 등에서 전반적인 성과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병원은 2018년 12월 처음으로 로봇수술을 시작했는데, 연구 데이터로 쓰인 2019년 1월 1일 이후 수술부터 3년 6개월 동안 인천지역에서 시행한 연조직(뼈나 연골을 제외한 조직) 수술 비율이 17%에서 20%로 증가했다. 비뇨의학과의 종양 수술환자 수는 4.4배, 내분비외과의 갑상선암 수술환자 수는 1.7배 증가해 로봇수술 시스템 도입 후 더 많은 신규환자가 유입됐다.
로봇수술의 증가와 동시에 개복이나 복강경 등 기존 수술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과 같은 고난이도 수술에 로봇수술을 적용해 왔기에, 이는 고난이도 수술과 함께 상대적으로 중간 이하의 난이도 수술들도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로봇을 활용한 전립선암 수술과 갑상선 절제술은 기존의 수술과 비교해 수술시간과 환자의 출혈량 감소에 효과적이었다. 로봇 직장 절제술 환자는 기존의 개복 수술 환자보다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이 단축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로봇 시스템 도입 후 수술 부작용 및 합병증 감소 등 더 나은 임상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의료진들의 술기 향상이 수술 시간 단축과 관련 인적 자원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인하대병원은 로봇수술의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련 의료진들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병원 자체적으로 6단계로 임상 권한 기준을 마련해 엄격한 기준으로 로봇수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4월 개소한 로봇 시뮬레이션센터와 같은 달 운용을 시작한 원격 미디어 플랫폼도 데이터를 이용해 의료진의 술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로봇수술을 데이터를 통해 수술을 표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관과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가 로봇수술 도입 시 직면할 수 있는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향상 시키고,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더 많은 병원들이 성공적인 로봇수술 시스템을 운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