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신신제약이 개발 중인 과민성 방광 치료 패치가 미국에서 20년 전에 상용화된 제품과 판박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분 및 용량과 투약 주기 등이 같아 사실상 제네릭에 가깝다는 평가다.
신신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과민성 방광 치료 패치 ‘UIP620’의 3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회사는 과민성 방광 환자 686명을 대상으로 ‘UIP620’ 투여 후 2, 6, 12주 시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신신제약에 따르면, ‘UIP620’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경피형 과민성 방광 치료제로, 기존 경구제형 치료제 대비 복용주기 및 부작용이 대폭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신신제약의 자체 TDDS(경피 약물전달 체계) 기술이 적용됐으며, 임상 1상에서 충분한 혈중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해 임상 2상을 면제받았다.
국내에서 옥시부티닌 제제는 정제로 허가받은 제품만 일부 있는 상태로, 서방정은 1일 1회(서방정), 속방정은 1일 2~3회(속방정) 복용해아 한다. 신신제약은 ‘UIP620’의 복용주기가 기존 정제 대비 3배 이상 개선된 만큼 치료제 상용화 시 시장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IP620’의 3상 임상시험계획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물질은 주성분이 옥시부티닌으로 1주 2회(3일 또는 4일 간격) 1매(36mg/39㎠)를 복부 또는 엉덩이 또는 둔부 부위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애브비가 판매 중인 ‘옥시트롤(Oxytrol)’과 동일하다. ‘옥시트롤’은 미국 제약사 앨러간(현 애브비)의 전신인 왓슨 래보레토리스(Watson Laboratories)가 지난 2003년 미국 FDA로 허가받은 최초의 과민성 방광 치료 패치제이다. 지난 2020년 애브비가 앨러간을 인수하면서 ‘옥시트롤’ 소유권은 애브비로 넘어갔다.
‘UIP620’은 ‘옥시트롤’과 주성분, 투약 간격, 패치 면적 및 주성분 용량이 모두 같다. 사실상 ‘옥시트롤’의 제네릭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 신신제약은 앞서 지난 2021년 진행한 ‘UIP620’의 1상 임상시험에서 ‘옥시트롤’의 대조약으로 옥시부티닌 성분의 혈중 최고 약물 농도(Cmax)와 혈중농도-시간곡선하면적(AUCt)을 비교 평가했다.
Cmax와 AUCt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동등성 평가지표로, 신신제약은 해당 1상 임상시험에서 ‘UIP620’과 ‘옥시트롤’의 동등성을 평가한 것이다.
다만, ‘옥시트롤’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으로, 가교임상 등 국내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국내 환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UIP620’이 사실상 ‘옥시트롤’의 제네릭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신신제약이 국내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신신제약은 ‘UIP620’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먼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7월 ‘신신옥시부티닌패취36mg’의 수출용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후 올해 3월 식약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해 불과 4개월 만에 승인받았다.
‘옥시트롤’이 이미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데다 신신제약이 ‘UIP620’과 ‘옥시트롤’의 동등성을 입증한 만큼 빠르게 3상 승인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옥시트롤’이 이미 20년 넘게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UIP620’를 차세대 치료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국내에는 ‘옥시트롤’이 출시되지 않은 만큼 ‘UIP620’의 3상 소식은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는 품목허가를 획득한 옥시부티닌 성분 제제가 3개 정도 있는데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며 “시장 자체가 작은 상황에서 신신제약이 ‘UIP620’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