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서울대병원등 서울대 의대 소속 4개 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집단 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태 병원장은 7일 ‘서울대병원 그룹 전체 교수님들께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 “저는 서울대병원장으로서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이번 진료 중단 결정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김 병원장은 우선 휴진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로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진료 의무를 들었다. 김 병원장은 “중증 환자와 암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그동안 서울대병원이 이루어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이어 “교수들이 목표를 위해 휴진을 통한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이러한 형태의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와의 반목을 심화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 복귀 전공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으니 교수님들은 집단 휴진에 대한 결정을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 의대 소속 교수들은 김 병원장의 이같은 호소와 무관하게 예정대로 오는 17일부터 전면 휴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대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진행된 산하 4개 병원(서울대, 분당서울대, 보라매, 강남센터) 소속 교수 총회와 설문결과를 토대로,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와 수술 등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래는 김영태 병원장이 발표한 메시지 전문이다.
존경하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님들께,
전공의 공백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도 진료에 힘써 주시는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료사태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오랜 문제들을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필수의료의 위기,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지역 의료의 붕괴, 의료분쟁과 사법 리스크 등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며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에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교수 설문조사를 통해 전공의에 대해 내려졌던 진료유지명령과 행정처분을 완전히 취소하고, 현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태를 해결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부서를 제외한 무기한 전면 휴진을 예고하였습니다.
비대위의 무기한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번 결정이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진료가 중단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의사로서 우리의 첫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입니다. 환자들은 우리의 진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진료가 중단되면 우리 환자분들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중증 환자와 암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이 이루어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 이후 줄곧 서울대학교병원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비대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번에 발표한 무기한 휴진은 우리병원을 믿고 다니는 환자분들의 불편을 넘어서서 안전에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병원장으로서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이번 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원하시는 것은 대다수 전공의들의 안전한 복귀를 통하여 병원 기능을 정상화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빠르게 회복하고, 미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발전시키려는 것임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위해 휴진을 통한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형태의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와의 반목을 심화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주역이 될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 우리 전공의들이 원하는 의료정책을 결정할 기구 설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시고, 운영에 참여하시어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 최고의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
이번의 사태를 겪으며 우리병원의 전공의 수련 제도의 문제점을 많이 발견하였고 병원장으로서 큰 책임을 느낍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역할은 국가중앙병원이자 최고의 교육수련병원이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 혁신을 위한 TF를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가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에서는 전공의 수련 혁신 과제를 심도있게 추진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빠르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 및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 중단은 전공의들이 우리나라 미래의 의료의 주역임을 확인하며,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이탈과 관련하여 향후 처분의 우려가 잠정적으로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병원장으로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복귀 전공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으니 교수님들께서는 집단 휴진에 대한 결정을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의료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교육수련병원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원합니다.
2024년 6월 7일
서울대학교병원장 김영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