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 ··· “필수의료 무너지면 회복할 길 없어”
서울의대 교수들,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 ··· “필수의료 무너지면 회복할 길 없어”
“숫자에 매몰된 의대 증원 정책 당장 멈춰야”

“병원들, 적자 감당 못해 급여삭감에 희망퇴직까지”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4.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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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환자들의 불편과 피해는 하루하루 커지고 있습니다. 남은 의료진과 교수들이 주 80시간을 넘어 100시간 이상의 근무에 지쳐가고 있음에도 수련병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여를 삭감하고 희망 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희귀질환과 중증 환자 진료,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며 버텨온 병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 상처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중략> 숫자에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의사 증원 규모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미래를 논의해야합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에 대해 다시 한번 쓴소리를 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생각합니다’라는 11일자 성명서를 통해서다. 성명은 대한민국 의료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망가지기 전에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비대위는 이 성명에서 “4.10 총선 결과는 어떤 정책이든 합리적인 근거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기나긴 파행을 거쳐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의료 정책 추진의 중단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의료파국으로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이면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고 짚었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과 필수의료분야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비뚤어진 의료 체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며, “이미 시작된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소멸은 10년, 15년 뒤의 의사 숫자보다 훨씬 더 가깝고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사 숫자에 대한 갈등에 매몰되어 정작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는 것이 교수들의 판단이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병원은 그들의 값싼 노동력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닌, 미래를 위한 수련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의과대학 학생들이 돌아올 강의실은 생명의 존엄함과 함께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헌신에 대한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진료실은 3분 진료가 아닌, 환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곳이어야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비대위는 특히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의료의 미래를 고민하는 길은 길고 험난할 것”이라며,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살을 깎는 심정으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 개혁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의 주축이 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고 수련병원의 진료가 정상화되어 국민들이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교수들도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비대위는 나아가 “숫자에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의사 증원 규모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총선이 끝났습니다. 당선 후보들께는 축하를, 낙선 후보들께는 위로와 박수를 보냅니다. 필수의료 문제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 후보께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의료 대란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며 소중한 한 표를 선택하셨을 국민들께도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여당의 참패이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를 심판하기로 선택한 국민들의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저희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마음 역시 착잡합니다. 저희는 이 결과가 무엇보다 독단과 불통 대신 소통과 협의를 통한 정책 추진을 명령하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판단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 개혁이라는 대의에 동의하고 있지만, 어떤 정책이든 합리적인 근거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기나긴 파행을 거쳐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불편과 피해는 하루하루 커지고 있습니다. 남은 의료진과 교수들이 주 80시간을 넘어 100시간 이상의 근무에 지쳐가고 있음에도 수련병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여를 삭감하고 희망 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희귀질환과 중증 환자 진료,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며 버텨온 병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 상처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두 달 간의 혼란과 갈등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이면의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과 필수의료분야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비뚤어진 의료 체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미 시작된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소멸은 10년, 15년 뒤의 의사 숫자보다 훨씬 더 가깝고 커다란 문제입니다. 그러나 의사 숫자에 대한 갈등에 매몰되어 정작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진료실은 3분 진료가 아닌, 환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병원은 그들의 값싼 노동력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닌, 미래를 위한 수련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돌아올 강의실은 생명의 존엄함과 함께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헌신에 대한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의료의 미래를 고민하는 길은 길고 험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살을 깎는 심정으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 개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필수의료의 주축이 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고 수련병원의 진료가 정상화되어 국민들이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교수들도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의사 증원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숫자에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의사 증원 규모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주시길 정부에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2024년 4월 11일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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