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약물시장 분석] 헬스코리아뉴스는 코로나 등 감염병 확산을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약물개발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비중 있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가 독자 여러분의 건강관리와 투자 판단 등에 좋은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앨나일람(Alnylam)의 트렌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ATTR) 치료제 ‘온파트로(Onpattro, 성분명: 파티시란·patisiran)’가 심근병증 적응증 확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심혈관·신장의약품 자문위원회(CRDAC)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회의에서 ‘온파트로’의 심근병증 적응증 확대에 대한 보충 허가 신청(sNDA)에 찬성 9표, 반대 3표로 최종 허가를 권고했다.
트렌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ATTR)은 단백질의 형성 과정에서 형태에 이상이 생겨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여러 장기와 조직에 축적되는 질환이다. 아밀로이드가 쌓인 장기는 점차적으로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말초 신경에 침착되면 ATTR 다발성 신경병증, 심장에 축적되면 ATTR 심근병증이 발생한다.
‘온파트로’는 RNA에 특화된 앨나일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RNAi 치료제로, 투약 주기는 3주 1회이다. 이 약물은 상보적인 서열을 가지는 표적 RNA 전사체와 결합함으로써 전사체의 번역을 억제하거나 분해시키는 유전자 침묵(Gene silencing) 기전을 통해 TTR 단백질의 변이를 방지하도록 설계됐다.
FDA는 지난 2018년 8월, ‘온파트로’를 전 세계 최초 ATTR 다발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허가했다. 올해 2월에는 ATTR 심근병증 적응증에 대한 ‘온파트로’의 sNDA를 접수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 인력만으로는 ‘온파트로’의 유효성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자, 허가 심사 부서의 해석을 지원하기 위해 산하 자문위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 회의에서 논의 된 안건은 앨나일람 측이 ‘온파트로’의 심근병증 적응증 확대를 위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POLLO-B)의 데이터였다. 해당 시험은 ATTR 심근병증 환자 360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온파트로’와 위약을 1:1 비율로 무작위 투여한 뒤, 유효성을 비교 평가한 연구였다.
지난해 9월 국제 아밀로이드증 심포지엄(ISA)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온파트로’는 위약 대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1차 평가변수인 6분 보행검사(6-MWT) 결과, ‘온파트로’ 투여군은 기준점에서의 보행이 8.15m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21.345m에 달했다. 이는 건강한 사람 대비 ‘온파트로’군은 6분간 8.15m 덜 보행한 반면, 위약군은 21.345m를 못 걸었다는 의미다.
또 다른 1차 평가변수인, 점수가 높을수록 더 나은 건강 상태를 의미하는 ‘캔자스 대학 심근병증 설문지(KCCQ-OS)’ 점수의 경우, ‘온파트로’군은 3점 상승했지만, 위약군은 3.408점 감소했다.
FDA는 사전에 설정된 APOLLO-B 연구의 1차 평가변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평가변수가 임상적 혜택을 해석할 수 있는 평가 지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ATTR 다발성 신경병증과 심근병증 모두에서 적응증을 확보한 미국 화이자(Pfizer)의 ‘빈다켈’·‘빈다맥스(Vyndaqel·Vyndamax, 성분명: 타파미디스 메글루민·tafamidis meglumine)’는 3상 시험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심혈관 관련 입원 빈도를 바탕으로 유효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대체로 이와 같은 FDA의 의문에 공감을 표했다. 한 위원은 “‘온파트로’의 치료 효과는 산들바람과 같다”며 “임상적 혜택 수준이 실제로 적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으므로, 양호한 유익성·위해성 프로파일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찬성표를 던진 위원들은 ATTR에 대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허가를 권고했다. 현재 허가된 ATTR 치료제는 ▲화이자의 ‘빈다켈‘과 ‘빈다맥스’ ▲앨나일람의 ‘온파트로’와 ‘앰부트라(Amvuttra, 성분명: 부트리시란·vutrisiran)’ ▲미국 아이오니스(Ionis)의 ‘테그세디(Tegsedi, 성분명: 이노테르센·inotersen)’로 총 5종이 있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문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지만 FDA는 대체로 자문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편이다. 따라서 ‘온파트로’는 ATTR 심근병증 적응증을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FDA의 허가 심사 기간은 오는 10월 8일까지이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온파트로’가 ATTR 심근병증 적응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화이자를 추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화이자의 ‘빈다켈‘과 ‘빈다맥스’는 경구제인 반면, ‘온파트로’는 주사제이므로,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빈다켈’·‘빈다맥스’가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편의성은 매출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빈다켈’과 ‘빈다맥스’의 합산 매출액은 24억 47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온파트로’는 6억 5100만 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