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높은 백신 매출 의존도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시 한번 코로나 특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업하여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BA.2.86의 계통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4개국에서 6건의 사례가 보고되었다.
BA.2.86는 2022년 초에 출현한 오미크론 BA.2 변종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전 변이 대비 36개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앞서 WHO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에리스(Eris)라고 불리는 EG.5를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CDC에 따르면, EG.5는 현재 미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히 에리스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8월 2주차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세부계통 검출률을 살펴보면, 에리스 검출률은 20.3%로, 이전 주에 비해 3.8% 증가했으며 7월 3주차보다 8.5% 늘었다.
코로나19는 3년 전 세상에 등장한 이후 계속해서 변이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에 기여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변이에 대해 각각 ‘코미나티(Comirnaty)’와 ‘스파이크백스(Spikevax)’의 유효성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같은 날에 각각의 백신이 EG.5 변이에 강력한 중화 항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측은 이번 BA.2.86 변이에 대한 백신 연구를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높은 백신 의존도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압박 직면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변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까닭은, 전체 매출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의 매출은 지난해 약 378억 달러였다. 이는 2022년 전체 매출 1003억 3000만 달러에서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코미나티’의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화이자의 사업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항암제 사업 분야에서 힘이 빠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화이자의 제품 매출 10순위에 포함된 항암제는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palbociclib)’가 유일했다. 이 약물은 2022년 51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인수합병 및 협력 계약들을 체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430억 달러 상당의 비용을 통해 시젠(Seagen)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화이자는 당시 시젠 인수와 관련 항암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확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젠은 림프종 치료에 활용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애드세트리스(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brentuximab vedotin)’를 보유하고 있다. 이 약물은 지난해 19억 3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모더나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의 현재 유일무이한 제품은 ‘스파이크백스’이다. 이로 인해 ‘스파이크백스’ 밖에 없는 ‘원 히트 원더’ 꼬리표는 회사 측에 큰 고심을 안겨주고 있다.
모더나는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mRNA 기반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독감,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백신 등 현재 다양한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된다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수 있어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다.
코로나19 변이, 치명적일 가능성 적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형들의 중증 감염 진행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CDC에 따르면, 에리스 변이가 우세종으로 부상한 7월 이후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수치는 낮은 수준이다.
의료계는 최근 등장한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증상은 팬데믹 초기에 나타났던 증상 대비 덜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WHO는 에리스를 관심 변이로 지정할 당시 에리스 변이가 전 세계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제 업계의 시선은 BA.2.86에 모이고 있다. 만약 BA.2.86의 감염성이 높고 중증 감염을 초래한다면, 화이자와 모더나에게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웨슬리 롱(Wesley Long)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의 진단 미생물학 의료 책임자는 로이터(Reuters) 통신을 통해 “BA.2.86 변이가 이전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반응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