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폭염에 노출될수록 임신부의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 완벽한 연구결과는 아니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과 한파 등 자연재난이 일상화된 상황이어서 관심을 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생식 및 환경 역학자 아멜리아 웨셀링크(Amelia Wesselink) 연구팀은 올해 5월부터 열과 유산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태아가 가장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시기를 특정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먼저 2013년부터 2020년 사이에 미국과 캐나다의 임산부 6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8월쯤인 늦여름 경 유산 사례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유산 위험이 2월 대비 8월에 30% 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에피데미올로지(Epidemiology)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이중 유산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인 임신 8주 이전으로 한정할 경우, 그 위험은 40% 더 높았다.
동물 연구, 특히 생식 능력이 인간과 매우 유사한 소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폭염과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 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2~3개월 동안의 유산율은 10월부터 4월까지는 2%인 반면, 5월부터 9월까지 훨씬 더운 기간에는 1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멜리아 웨셀링크 박사는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폭염이 임신에 가하는 일정한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개시했다”며 “여러 문헌 데이터를 조사했지만, 전향적 연구는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고 연구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PRESTO’라는 실험 명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1만 7000명 이상의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실험의 설계 내용은 개인 맞춤형 센서 제공 및 녹지,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 에어컨 설치 여부 등의 요소에 대해 질문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통해 열 노출 예측 모델을 설계하고 생식 능력 및 수정 성공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조사하는 것이다.
같은 대학의 경제 및 지역 연구 센터 소속 타마스 하지두(Tamás Hajdu) 경제학자는 “PRESTO는 매우 인상적인 연구”라며 “헝가리에서 수십 년간의 임신 및 기상 기록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기온이 25°C인 날에는 평균 기온이 15°C~20°C인 날에 비해 임신 첫 6주 동안 50만 명당 1 명의 여성이 더 많이 유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RESTO 연구에 활용되는 개인용 센서는 열의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 대학의 피터 한센(Peter Hansen) 생물학자는 “열로 인한 스트레스는 혈액을 자궁에서 피부로 보내 태반의 영양 공급 및 보호 기능 또는 태반이나 배아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며 “소의 경우 임신 중 고온에 노출되면 수정란의 후성유전체(DNA에 직접 결합하여 유전자의 발현을 직접 조절하는 화학물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생명 윤리 문제가 수반된다. 이에 웨셀링크 연구팀은 생물학 표본을 수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명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드리 개스킨스(Audrey Gaskins) 에머리 대학교 역학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포착하지 못한 만큼, 최종 결론은 추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