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심리 위축에도 최근 제약사들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항체 기술 거래에 활발히 나서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전문 시장조사 업체 딜포마(DealForma)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항체 기술 거래 규모는 57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거래 건수는 156건으로 역대 2번째로 많았다. 가장 많았던 해는 2020년이다. 당시 제약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코로나 관련 의약품 개발을 위한 추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192건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지난해에는 금리 상승,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투자 심리가 상당히 감소했음에도 항체 투자 거래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 딜포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이 항체 의약품과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고, 고부가가치 분야로 분류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도별 항체 기술 거래 [출처=딜포마 데이터베이스, 갈무리=네이쳐]](/news/photo/202308/333917_218203_1759.png)
이중 ADC 관련 기술 거래는 대체로 큰 규모의 금액이 오가는 대형 시장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지난해 12월, 미국 MSD와 미국 켈룬 바이오텍(Kelun-Biotech)이 ADC 개발을 위해 체결한 93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이었다.
해당 계약에서 MSD는 1억 7500만 달러의 계약금을 선불로 지급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90억 달러 이상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MSD는 켈룬 바이오텍으로부터 암 치료를 위한 최대 7개의 전임상 ADC를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뒤를 이은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2022년 3월에 체결된 면역글로불린 M(IgM) 항체에 대한 프랑스 사노피(Sanofi)와 미국 IGM 바이오사이언스(IGM Biosciences) 간의 파트너십 계약이었다. IGM 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로부터 1억 5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선지급 받고 향후 성과에 따른 60억 달러의 금액을 지불 받을 수 있다.
사노피는 기존 IgG 항체의 결합 부위가 2개인 것 대비 IGM 바이오사이언스의 결합 부위가 10개인 차세대 IgM 항체를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사용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항암 분야의 3개 표적과 면역 질환 분야의 3개 표적에 대한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3번째로 큰 규모는 미국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와 중국 아케소(Akeso)와 체결한 최대 55억 달러의 거래였다. 계약에 따라 서밋 측은 아케소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서 평가되고 있는 이중특이성 항체 이보네시맙(ivonescimab)의 권리를 얻었다.
해당 기간 동안 집계된 모든 거래 중 60% 이상이 전임상 플랫폼 발굴 단계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전임상 단계에서 거래할 시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형 제약 회사들은 벤처 기업들과 초기에 협력함으로써 항암제 개발 프로그램의 방향을 결정하고 더 많은 임상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여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치료 분야의 경우, 항암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6월 16일까지 총 208 건의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이중 항암제 거래는 126 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어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가 14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항체 치료제 유형별로 살펴보면, 단클론 항체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 그 중에서도 ADC는 전체 거래의 약 40%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대규모 거래는 대부분 ADC 분야에 집중됐다. 전체 거래의 65%는 개발 및 상용 라이선스에 대한 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