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내성 극복 대안으로 ‘칵테일 요법’ 부상
항암제 내성 극복 대안으로 ‘칵테일 요법’ 부상
화학 항암제에서 면역 항암제까지 내성 문제 벗어나기 힘들어

항암제 조합, 여러 약물 섞어 암 세포 변이에 효과적 대응 가능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6.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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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종양 cancer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암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내성 문제이다. 암 세포의 변화무쌍한 변이로 인해 항암제들의 공격이 무력화되면서 치료는 더욱 까다로워 진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 항암제는 이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체내 면역 체계를 이용하는 만큼, 내성 문제에서 더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이다. 하지만, 이 항암요법은 낮은 반응률이 단점으로 꼽히는데다, 유방암 및 전립선암을 비롯한 비면역 종양(Cold Tumor)에는 반응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면역 항암제도 내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질병 치료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항암제 내성 문제 해결, 끝없는 술래잡기

인류가 화학 항암제(Chemotherapy)를 처음 개발한 것은 1943년이다. 이후 2세대 표적 항암제(Targerted Therapy)를 거쳐 3세대 면역 항암제(Immunotherapy)까지 발전했다. 최신 세대로 갈수록 이전 세대의 한계가 개선됐다. 표적 항암제는 화학 항암제의 세포 독성 부작용을, 면역 항암제는 표적 항암제의 좁은 쓰임새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성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암 세포가 빠르게 세포 분열을 하기 위해 조직의 괴사와 과도한 신생 혈관을 형성하여 매우 이질적인 형태의 종양 미세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은 암 세포가 생존에 필요한 돌연변이는 획득하고 불필요한 돌연변이는 폐기하는 진화론의 적자생존 법칙을 준수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단일 약제로 암을 지속적으로 치료할 때 그 과정에서 약물에 저항성을 보인 암 세포의 ‘클론(Clone)’이 살아남아 다시금 암을 재발시키는 것이다.

현재 항암제의 내성 문제 해결 방식은 끝없는 술래잡기와 같다. 새롭게 돌연변가 발견될 경우, 암 세포의 표면에서 특정 분자 표면을 확인하고, 다시 이를 표적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를 내놓는 방식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최근 과학자들은 내성 문제를 해결할 전략으로 여러 약물을 섞는 ‘칵테일 요법’에 주목하고 있다. 암 치료에서도 여러 항암제를 조합하는 칵테일 요법을 활용하여 내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고형암에 대한 항암제 조합이 미국에서 승인을 취득하면서 칵테일 요법이 항암제 내성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양한 항암제 조합으로 내성 극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8월,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BRAF(종양유발유전자) 억제 표적 치료제 ‘타핀라(Tafinlar, 성분명: 다브라페닙·dabrafenib)’와 MEK 억제 표적 치료제 ‘멕키니스트(Mekinist, 성분명: 트라메티닙·trametinib)’의 조합을 승인했다.

사실 항암제의 조합은 그리 신선한 소식은 아니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업계는 그동안 여러 항암제들을 조합한 병용요법을 선보였으며, 특히 혈액암에서 활발하게 병용요법을 사용해 왔다. 다만, 특정한 고형암 세포의 변이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 조합은 ‘타핀라’+‘멕키니스트’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타핀라’+‘멕키니스트’의 적응증은 BRAF V600E 변이 양성 고형암에 대한 치료법이다. RAF은 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조절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APK)의 주요 구성요소로, A-Raf, B-Raf, C-Raf 등 3개의 아형이 존재한다. 이중 B-Raf 변이는 전체 흑색종에서 약 40%, 전체 고형 암종에서 약 6%를 차지한다. B-Raf 변이에서도 또 다시 변이가 발생하면 그 유형을 나누는데, ‘타핀라’+‘멕키니스트’는 클래스 1(BRAF V600E) 유형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치료법은 기존의 칵테일 요법과 유사하다. 이 요법은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질환을 치료할 때, 잦은 변이로 인해 다재내성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방지하도록 여러 약물을 말 그대로 칵테일 처럼 섞는 치료법이다.

암 세포 변이에서 ‘타핀라’+‘멕키니스트’ 조합을 비롯한 항암제 조합에 대한 연구는 지난 2015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후원으로 실시된 NCI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개시되었다. 해당 임상 프로그램에서 수백 명의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형 암 세포 또는 실제 암 세포의 일부를 생쥐에 이식한 뒤, 여러 항암제 조합으로 돌연변이 암 세포에 대한 효능을 탐색했다. 그 결과 일부 고형암 변이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NCI 임상 프로그램은 3세대 항암제인 면역 항암제로 업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한동안 관심 밖으로 사라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면역 항암제도 치료를 지속할수록 암 세포가 항종양 면역 체계의 수치 감소에 영향을 끼쳐 내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칵테일 요법과 마찬가지로 항암제 조합에도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칵테일 요법의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유연하지 않은 고정 용량 비율, 호환되지 않는 약동학, 독성 증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항암제 조합은 수많은 연구 결과가 누적되고 관련 데이터가 성숙되어야 그 효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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