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1907년에 최초 보고된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인간의 신체는 물론 영혼까지 파괴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세계 각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100년 이상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탄생한 약물이 올해 1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이다. ‘레켐비’ 승인 소식은 세계인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그 어느 나라도 치매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레켐비’의 매출 전망은 무척 밝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레켐비’는 오는 2028년까지 129억 달러(환화 약 16조 9000억 원)의 누적 매출액을 거두고, 수년간 알츠하이머 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 또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지난해 1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펩타이드의약품 ‘GV1001’의 임상 3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차바이오텍도 현재 줄기세포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신의 영역이라고 할만큼 정복 또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FDA의 승인을 받고도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듀헬름’은 ‘레켐비’를 개발했던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isai)가 개발한 약물로, FDA는 지난 2021년 6월, 이 약물을 완치제로 전격 승인했지만, 효능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개발이 이처럼 어려운 것은 아직까지 이 질환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알츠하이머 발병의 비교적 합의된 이론은 베타 아밀로이드(β amyloid) 설이다. 이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어 응집체를 형성하면 시냅스에서 뉴런 간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뇌 세포의 사멸을 유도함으써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이론다. 따라서 제약바이오업계는 베타 아밀로이드(β amyloid) 단백질을 제거하는 전략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엄연히 가설에 불과하다. 약물의 작용 기전 또한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레켐비’의 임상 연구에 참여한 한 환자는 약물 투약 이후 뇌졸중, 뇌 혈관성 부종 등 뇌 영상 비정상 증상(ARIA)이 발현됐고 결국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 환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아밀로이드 혈관증으로 인해 취약해진 혈관벽의 평활근을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대체하고 있는 도중 ‘레켐비’가 이를 제거하면서 혈관벽이 더욱 취약해졌고 플라스미노겐 활성제(tPA)을 투여한 순간 혈관벽이 파열되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추정대로라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투약한 약물이 오히려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FDA는 ‘아듀헬름’에 이어 두번째 신약인 ‘레켐비’에 대해서도 정식 승인이 아닌, 조건부 허가를 했다. 약물의 임상적 효능을 측정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약의 효능에 대한 적합한 결과 대신 대리결과변수(Surrogated End Point)를 바탕으로 가속 심사(Accelelrated Approval) 제도를 통해 신약을 승인 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레켐비’의 실질적인 치료 효능은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고 우리는 인간의 뇌 기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는 인류가 추구하는 난치성 질환 정복의 꿈이 여전히 저 멀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매 정복을 위한 도전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인류는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어간 흑사병과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정지시킨 코로나19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치매를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인류는 이처럼 질병을 정복하면서 문명을 형성해 왔다. 우리가 치매를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