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픈이노베이션이 불러온 제약·바이오 선순환 생태계
[기자수첩] 오픈이노베이션이 불러온 제약·바이오 선순환 생태계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3.06.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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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에 그야말로 개방형 혁신, 소위 ‘오픈이노베이션’ 붐이 일고 있다. 신약 연구개발이 제약사들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매김하면서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 내부에 국한되어 있던 연구개발 활동을 기업 외부까지 확장해 외부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자원을 활용, 투입 자원과 시간을 절약하고, 내부 기술을 타 기업에 이전(license-out)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 기술수출), ‘라이선스 인’(license in, 기술도입)이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꼽힌다.

수년 전만 해도 국내 제약업계는 ‘라이선스 아웃’에 초점을 맞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다.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을 해외 제약사에 이전하는 방식인 만큼, 주로 자금과 개발력이 뛰어난 상위 제약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 인’이 ‘라이선스 아웃’만큼 중요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부상했다. 개별 제약사가 개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기술도입한 신약후보물질들이 제약사들의 손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은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성분명 : 레이저티닙)가 꼽힌다. ‘렉라자’의 주성분인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지난 2016년 5월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네스코로부터 들여온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뒤 불과 4년 만에 ‘렉라자’라는 제품명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렉라자’는 현재 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비견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제품보다 상품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하는 제약사다. 이러한 사업적 특성 때문에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신약 개발 대열에도 뒤늦게 합류했는데,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힘입어 지금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신약 개발사 중 한 곳으로 우뚝 섰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으로부터 레이저티닙을 15억원(마일스톤, 로얄티 등 제외)에 사들여 2018년 글로벌 제약기업 얀센에 1조 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국내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면 적은 자금으로도 충분히 신약 개발, 또는 기술수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유한양행의 성공 사례는 국내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무게추가 ‘라이선스 아웃’에서 ‘라이선스 인’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됐으며, 나아가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도록 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특히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상위 제약사는 물론, 중견·중소 제약사들과 바이오 벤처기업 간의 라이선스 계약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바이오벤처뿐 아니라 신약 개발 AI 기업, 진단기기 전문기업 등과의 협업도 활발해지는 등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추세다.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각자도생에 가까웠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제약사는 바이오벤처의 신약후보물질 발굴 능력을, 바이오벤처는 제약사의 자금과 임상개발 능력을 공유해 글로벌 신약 탄생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도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개 분야에 국한했던 우리나라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바이오 분야를 추가로 지정하며 힘을 보탰다.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신약 개발, 이에 따른 수익의 재투자, 그리고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상생을 위한 전략이다. 산업이 전문화, 고도화할수록 개별 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신약 개발 역시 고도의 기술력과 거대 자본을 요구한다. 미충족 수요가 큰 신약일수록 요구하는 수위는 더욱 높다.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신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겁먹던 시대는 지나갔다.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야말로 제약사들의 생존과 발전을 도와줄 무기라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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