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아파트 고층까지 수돗물을 보내려면 모터 등을 이용해 수도관 압력을 적절히 올려야 한다. 이때 수도관의 압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모터에 과부하가 가해져 망가지거나 수도관이 터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적절한 압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혈압),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거나 손상된다. 결국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도관이 오래되면 부식되고 녹이 스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이 발생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악순환을 반복하며 혈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고혈압은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흡연,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있는 사람에서 더 일찍, 더 심하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혈관 노화로 생기는 고혈압, 즉 본태성 고혈압이다. 이때는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혈압약을 복용해 관리한다. 이에 반해 일부는 콩팥이나 부신 질환, 호르몬 이상이 원인으로 고혈압이 나타나는데, 이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이차성 고혈압은 약물치료와 함께 원인 질환에 대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무시무시한 합병증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혈압 합병증은 뇌경색, 뇌출혈 등 뇌졸중과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증, 실명, 신부전 등이다. 이들 질환은 직접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이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 합병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평소 혈압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으로 이는 고혈압이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이 크다”며 “고혈압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치료 핵심은 생활습관 교정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적정한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해야 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고혈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천천히 걷거나 일주일에 한 번 등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당 3~5회, 한 번에 30분 정도, 땀이 살짝 나고 맥박수가 빨라질 만큼 조금 힘든 강도로 운동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은 적게 먹고, 대신 고춧가루, 식초, 겨자, 참기름으로 양념을 바꾸는 것이 좋다. 국, 찌개, 라면의 국물은 남기는 게 낫다. 채식을 늘리고, 전체적으로 소식하는 것이 좋다. 활동량에 비해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담배는 끊어야 한다. 금연에 실패했더라도 반복해 시도한다. 절주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술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할 경우에 한해서다. 적당량은 소주는 소주잔으로, 맥주는 맥주잔으로 두 잔 이하로 생각하면 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도 혈압 관리에 중요하다.
◇고혈압약은 본인에 맞는 약 선택해야
고혈압약은 본인에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류도 많고 사람에 따라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두통, 홍조, 어지럼증, 입맛이 없거나 기침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한다. 처음 혈압약을 복용할 때는 기운이 없거나 가벼운 어지럼증, 발기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약을 처음 복용하기 시작할 때 꼭 약을 먹어야 하는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습관을 개선해 정상 혈압이 유지되면 굳이 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비약물요법만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혈압약을 먹는 것이 좋다”며, “비록 혈압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혈관 손상을 막을 수 있고 무서운 고혈압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30대 젊은층 고혈압 발병 위험 증가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중년 이상의 성인들에게 연관된 질병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국건강관리협회의 2021년 통계 연보에 따르면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해 20·30대 젊은 층도 고혈압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 2021년도에 검진을 받은 검사자 162만 9000명을 분석한 결과, 43.2%가 고혈압 경계에 있었고, 유소견은 9.7%에 달했다. 또한 20세~39세까지의 검사자 45만 1000명 중 고혈압 경계가 31.06%, 유소견은 2.41%로 보고되었다. 이는 젊은층도 고혈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20·30대라 할지라도 고혈압에 대해 경시적인 태도를 보이고, 예방하지 않는다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