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매 치료 새로운 단초 찾았다 ... 질환 늦추는 돌연변이 발견 
[단독] 치매 치료 새로운 단초 찾았다 ... 질환 늦추는 돌연변이 발견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 치매 유발 원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중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돼 있어도 인지 기능 무관한 단백질 변이 발견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5.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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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말로이드 응집체 [사진=NIH 홈페이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말로이드 응집체 [사진=NIH 홈페이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2023년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원년이 될 기세이다. 올해 1월,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을 표적하는 치료제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가 등장한 데 이어,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동일 계열의 약물 ‘도나네맙’(donanemab)에 대한 막바지 임상 단계에 접어들면서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베타아밀로이드=치매 유발’이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연구팀이 무려 4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존의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끈다. 치매의 원인 질병인 알츠하이머 발병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이 유전자 변이는 현재 치료 접근법으로 확립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β amyloid plaque)와 무관한 작용 기전을 보유하고 있는터라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아밀로이드는 일반적으로 신경 세포의 성장과 회복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중 베타 아밀로이드는 단백질 결합 부위인 펩타이드가 잘못 접혀있어 화학적으로 그 성질이 말 그대로 ‘끈적끈적’하다. 따라서 서로 엉겨붙은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뭉친 덩어리를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β amyloid plaque)라고 한다.

현재까지 합의된 이론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어 응집체를 형성하면 시냅스에서 뉴런 간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뇌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시된 치료 전략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제거할 수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이다. 이 약물 계열은 베타 아밀로이드에 선택적으로 표적하여 응집체를 제거하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베타 아밀로이드 이론은 한 때 검증되지 못한 가설로 취급되었던 적도 있다. 특히,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isai)가 개발한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아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취득했지만, 치료 효능에 대한 논란으로 시장에서 퇴출되자 해당 이론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올해 또 다른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레켐비’가 FAD의 승인을 받으면서 이같은 지적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알츠하이머 치료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베타 아밀로이드 이론을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나온 연구결과는 베타 아밀로이드 이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증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응집체를 형성했지만, 인지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돼 있어도 인지 기능 이상 無

콜롬비아 메데인에 위치한 안티오키아 대학의 프란시스코 로페라(Francisco Lopera) 신경과 전문의는 대대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을 앓았던 가족 구성원 약 6000 명을 40여 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관찰에 따르면, 해당 가족들은 ‘파이사 돌연변이’(Paisa mutation, 프레세닐린-1 E280A)라는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보통 44세 전후에 가벼운 인지 장애를 일으키고 49세에 치매를 유발하며, 60대에 치매 합병증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가족들 일부는 독특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알츠하이머 발병이 눈에 띄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시스코 로페라 전문의와 그의 연구팀은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파이사 돌연변이를 가진 45~50세 콜롬비아인 1200명의 유전자와 병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독특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67세 노인에 대한 사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연구팀이 노인의 뇌를 정밀 촬영한 결과, 이 노인의 뇌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처럼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계의 물질전달을 담당하는 타우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추척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이 노인은 경미한 인지 장애 증상만 가지고 있었다. 이는 기존의 베타아밀로이드 가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조셉 아볼레다(Joseph Arboleda)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전문의는 “노인의 뇌는 중증 치매 환자의 뇌와 매우 유사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다만, 이 노인에게서는 또다른 특징이 발견됐는데, 뇌 속 기억 및 탐색 기능과 관련이 있는 내측 피질 영역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및 타우 단백질 수치가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치매유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프란시스코 로페라 연구팀은 이 노인에게서 조현병, 자폐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과 관련이 깊은 ‘릴린 단백질’(Reelin)에 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간 알츠하이머에서 ‘릴린 단백질’의 역할에 대한 정보는 없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동일한 ‘릴린 단백질’ 변이를 가진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실험에서 변이 ‘릴린 단백질’은 내측 피질 부위에서 타우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뉴런 주위에 엉키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이는 현재 정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의 형성 자체가 치매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야동 황(Yadong Huang)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글래드스톤 연구소 소속 신경 전문의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기전은 매우 복잡하다”며 “알츠하이머는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베타 아밀로이드는 그 중 일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서린 카초로프스키(Catherine Kaczorowski) 미시간 대학 신경과학자도 “대부분의 연구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근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어떤 요인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릴린 단백질’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알츠하이머 치료 전략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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