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슈퍼 박테리아, 바이러스로 퇴치
진화하는 슈퍼 박테리아, 바이러스로 퇴치
슈퍼 박테리아 증가 추세지만, 수익성 낮아 새로운 항생제 개발 더뎌

박테리오파지, 박테리아 감염시켜 사멸 유도 ... 신계열 치료법으로 주목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5.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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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박테리아 마이크로바이옴 세균 바이러스 [사진=Pixabay]
미생물 박테리아 마이크로바이옴 세균 바이러스 [사진=Pixabay]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근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일명 ‘슈퍼 박테리아’가 전 세계로 차츰 확산되면서 공중보건위기에 경고등이 켜졌다. 박테리아 감염이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터라 인류의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신개념 치료 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박테리아는 땅, 물, 공기와 같은 외부환경을 비롯해 사람의 장이나 위 등 다른 생물체의 안에서 기생하는 작은 단세포 생물이다. 종류는 수천 개에 이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자연계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방사성 폐기물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들도 보고된 바 있다.

일반적인 종의 박테리아는 생존과 증식에 산소가 필요하지 않은 혐기성 세균이다. 혐기성 세균은 질환을 야기하지 않는 편이며, 질환을 야기하는 박테리아 종류는 소수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는 장 내 음식물 분해를 돕는 등 유용한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신체 조직 혹은 점막이 손상될 경우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신체는 박테리아 방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가 되고, 박테리아는 평소에 접근이 제한되었던 조직에 침입하는데, 이를 박테리아 감염이라고 한다.

박테리아 감염은 주로 식도, 피부, 장에서 발생하며 그 증상은 경미하다. 하지만, 심장, 폐, 신경계, 신장에 감염되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염증을 촉발하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같은 일부 경우는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항생제는 푸른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로부터 항생물질을 추출하여 박테리아에게만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한다. 

문제는 특정한 박테리아는 자연적으로 항생제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성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성은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도입됐을 때부터 보고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구한 고민거리이다.

이 박테리아는 약물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 다른 박테리아들로부터 유전자를 획득하거나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약물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 약물 내성을 확보한 유전자는 다음 박테리아 세대에게 유전되거나 심지어 다른 박테리아 종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

항생제는 더 자주 사용할 수록 더 많은 내성 박테리아를 유발한다. 따라서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는 끊임없이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항생제에 불응하는,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항생제가 등장한다면 슈퍼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생제는 수십년 전에 출시되어 가격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터라 들어가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제약 업체들은 선뜻 개발에 뛰어들지 않는 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가로 악명 높은 미국에서 조차 항생제 가격은 10 달러에서 72 달러 사이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항생제가 아닌 박테리아 특이적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s)를 슈퍼 박테리아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 슈퍼 박테리아 감염 치료할 것

박테리오파지는 장내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은 미세 바이러스로,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그 세포 내에서만 증식한다. 이 바이러스는 1915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윌리엄 트워트(William Twort)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2년 후인 1917년 프랑스 펠릭스 데렐(Felix d'Herelle)은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를 사멸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에 부착하여 박테리아의 폭발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 내부에 자신의 DNA를 주입한다. 박테리아가 사멸되면, 박테리오파지는 그 주변에 방출된다. 일부 박테리오파지는 감염 시 박테리아를 사멸시키지는 않지만, 박테리아 DNA에 자신의 유전자를 삽입하는데, 이를 통해 박테리아 유전자에 변화가 발생하여 박테리아의 증식을 차단한다.

당시 소수의 사람들은 박테리오파지의 박테리아 감염증 치료에 대한 잠재성에 주목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항생제에 밀려 이 바이러스는 약 100여 년간 과학자들로부터 무시를 받았다. 인간의 건강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으며, 그저 장내 박테리아를 감염시키고 증식한다는 점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제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항생제 내성의 우려가 커지면서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테리오파지는 인플루엔자, 에볼라,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체내 건강한 세포를 감염시키는 대신, 박테리아만을 감염시킨다.

이 바이러스는 지구 어디든 박테리아가 있는 곳이면 그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 왔다. 클로이 제임스(Chloe James) 영국 샐퍼드 대학교 미생물 학자는 “박테리오파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유기체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공하국 콰줄루나탈 대학교에 재학하던 릴리 홀스트(Lilli Holst)는 2010년 부모님이 일구던 농장의 퇴비 통에서 있떤 썩은 가지의 밑면에 새로운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했다. 그는 이 박테리아파지에 ‘머디’(Muddy)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후 10년 후 영국의 한 10대 청소년은 두 번의 폐 이식 후 다제내성 박테리아 중증 감염이 발생했는데, 당시 의료인은 그의 생존 확률이 1% 남짓으로 추정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의료진은 릴리 홀스트가 발견한 ‘머디’와 다른 유형의 유전적으로 수정된 박테리오파지를 투여했다.

그 결과, 그는 수일 내에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하게 퇴원했다. 현재까지 ‘머디’를 활용한 박테리아파지 요법은 12명의 박테리아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아직 박테리아파지를 활용한 요법에 대한 연구는 무르익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박테리아파지가 특정한 박테리아를 표적하여 감염시키도록 유전적으로 수정되어야 하는데, 일각에서는 복잡한 제조 과정으로 인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투약해야 한다는 거부감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클로이 제임스 미생물 학자는 “분명히 혐오스러운 요소가 있다”며 “하지만, 슈퍼 박테리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가는 공중보건 위기에 유용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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