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의 핵심 ‘CCR5’ ... 유전자 편집으로 감염 DNA ‘싹뚝’
에이즈 감염의 핵심 ‘CCR5’ ... 유전자 편집으로 감염 DNA ‘싹뚝’
HIV 감염, 기대수명 늘었지만 완치 미충족 의료 수요 높아

CCR5 유전자 편집으로 HIV 감염 저항성 높일 수 있어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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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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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약물개발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비중 있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가 독자 여러분의 건강관리와 투자 판단 등에 좋은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글]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 바이러스(HIV)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단백질이 개발됐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 번 감염되면 손쓸 방도 없이 사망에 이르게 했던 ‘죽음의 병’ 에이즈(AIDS)는 이제 옛말이 됐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인은 건강한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체내 잔류하고 있어 환자들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HIV를 100% 제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시도된 가운데, 유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자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즈(AIDS)라 불리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은 면역 결핍 바이러스인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B림프구의 항체 생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세균에 쉽게 감염되고, 각종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HIV에 감염된 환자는 약 38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사용되는 표준 치료법은 효소 억제를 통해 HIV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다. 현재 15가지 정도의 제제가 있으며, 다재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약물을 혼합한 칵테일 요법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칵테일 요법은 보통 수많은 항바이러스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고 유지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종종 복용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다재내성 감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투약 횟수를 대폭 줄여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장기 지속형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은 ▲영국 GSK의 2개월 1회 ‘카베누바’(Cabenuva,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cabotegravir+rilpivirine) ▲미국 길리어드(Gilead)의 6개월 1회 ‘선렌카’(Sunlenca, 성분명: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등이 있다.

하지만, HIV 치료에 활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엄밀히 말하면, HIV를 제거하지 못한다. 이 약제들은 HIV를 감지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수치를 낮추어 체액 접촉으로 인한 전염이 불가능해지며 합병증 없이 일반인처럼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류 역사에서 HIV 바이러스를 완치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HIV 감염인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HIV가 모두 제거된 경우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법은 백혈병 진단을 받은 HIV 감염자에게만 활용될 수 있기에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최근들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CCR5 유전자 편집으로 HIV 완치 가능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짜집기하듯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개발된 약물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교정하려는 DNA를 찾아내는 RNA(리보 핵산)와 DNA를 잘라내는 제한 효소인 Cas9를 결합한다.

유전자 치료제와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작용 기전 면에서도 다소 상이하다. 유전자 치료제가 기존 돌연변이 유전자를 그대로 두고, 치료 유전자를 체내에서 과발현시켜 이로부터 생성되는 정상 단백질과 돌연변이가 함께 생성되도록 하는 반면, 유전자 편집은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편집·교정해 정상화된 단백질을 형성하게 한다. 특히, 체내에서 직접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 대비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이 우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HIV 감염의 핵심인 CCR5 유전자를 조절한다는 접근법을 착안했다. CCR5 유전자는 HIV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붙을 수 있는 CCR5 수용체를 세포에 만드는데, 이 유전자의 기능을 정지시켜 HIV 감염에 저항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HIV 완치 사례가 나타난 경우,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HIV 감염 저항성 돌연변이인 CCR5-delta 32를 보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CCR5-delta 32는 HIV 바이러스가 CD4+T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활용하는 CCR5 보조 수용체의 기능적 발현을 억제하고, HIV 감염에 저항성을 보인다. CCR5-delta 32 변이는 유럽, 특히 북유럽 지역 사랍들에게 많이 분포해 있으며, 전 인구에서는 약 1%가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카멜 칼릴리(Kamel Khalili) 교수가 이끄는 템플 대학과 네브라스카 메디컬 센터(Lewis Katz School of Medicine at Temple University and the University of Nebraska Medical Center, UNMC)의 연구팀은 HIV에 감염된 생쥐 모델에 CCR5 유전자를 조작하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투약했다. 지난 2019년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투약된 생쥐의 약 30%는 생체 내 바이러스가 모두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최근에 출시된 장기지속형 항바이러스제와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병용 투약하여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탐색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성공적으로 제거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든 장기 기관을 검사하는 등 고감도 진단 기술을 사용했다.

연구 결과, 지난 결과 대비 2배 더 높은 전체 투약군의 60%에서 바이러스가 제거됐다. 10마리의 생쥐 중 6마리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내용을 두번째 실험에서 재현했을 때도 투약된 9마리 중 5마리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등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카멜 칼릴리 교수는 “이번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바이러스를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최초 접근법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채택되고 있으며, 둘째, 장기지속형 항바이러스제를 병용하면 그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HIV 치료법에 도입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령, 인체에 무해하며 CCR5 유전자에 특이적으로 부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벡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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