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RNA 기술에 판돈 거는 빅파마 ... 머크, 원형 RNA 치료제 확보
차세대 RNA 기술에 판돈 거는 빅파마 ... 머크, 원형 RNA 치료제 확보
기존 RNA 치료제, 안전성 떨어져 반감기 짧고 쉽게 분해돼

원형 RNA, 폐쇄 고리 구조로 구성되어 안전성 더 높아

머크, 원형 RNA 관련 오르나에 최대 35억 달러 투자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4.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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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dna gene 게놈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mRNA 기술은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에 한 몫을 하였지만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되는 특성으로 인해 기반 시설이 갖추어진 지역에서만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RNA 치료제의 안전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에 박차를 가한다. 빅파마들은 이러한 기술을 발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투자 유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RNA는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DNA의 명령을 받아 단백질을 생산하고, 세포를 복제하는 일을 한다.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는 전사(Transcription)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그 정보를 RNA에 전달하고, RNA는 핵 밖에 있는 세포질에서 번역(Translation)을 통해 단백질을 생성한다. 이러한 서열 정보로부터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한다. RNA 치료제는 이 과정에서 단백질 발현을 억제 또는 변경시키도록 설계된 약제다.

RNA 치료제의 실현 가능성은 1950년대에 최초 규명되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은 1990년에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대체로 이 치료제에 무관심했다. 이는 RNA가 핵산 분해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므로, 유통 과정에 어려움이 있고 반감기 또한 짧은 편이라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면으로 일관하던 분위기는 지난 3년간 전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급반전 됐다. 기존의 백신 개발 과정은 상용화 되기까지 약 10여 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반면, RNA 치료제는 유전 정보만 알면 빠르게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신속한 백신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만 해도 오는 2030년 경부터 RNA 치료제 시장이 의미있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0년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시장 성장을 10년이나 앞당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rach)는 전세계 RAN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1년 49억 3838만 달러(28일자 환율 기준 약 6조 2618억 6584만 원)에서 오는 2030년 251억 2195만 달러(한화 약 31조 8546억 326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RNA 치료제 시장은 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한 상당한 의료 수요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희귀 유전성 질환의 경우,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 또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RNA 치료제의 짧은 지속성과 불편한 약물 전달 방식은 시장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된다. RNA는 핵산 분해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므로, 유통 과정에 어려움이 있고 반감기 또한 짧은 편이다. 실제로 mRNA 백신은 코로나19 유행 도중 유통 과정에서 그 문제가 유독 돋보였는데, 미국 화이자(Pfizer)의 백신 ‘코미타니’(Comirnaty)는 -70℃, 모더나(Moderna)의 백신 ‘스파이크백스’(Spikevax)는 -20℃를 유지해야 했다.

 

원형 RNA, 선형 RNA 대비 안전성 뛰어나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기술이 바로 원형 RNA 치료제이다. 현재 상용화된 RNA 치료제는 모두 선형 RNA로, 핵산외부가수분해효소는 선형 RNA를 이루는 단위체인 뉴클레오타이드 사슬의 3' 또는 5' 말단에 작용하여 가수분해 반응을 유도한다. 이는 뉴클레오타이드 오류를 제거하고 정확히 재합성할 수 있는 체내 중요한 교정 과정이지만, 이 때문에 선형 RNA는 쉽게 분해되고 반감기가 짧은 것이다.

반면, 원형 RNA는 핵산외부가수분해효소가 결합할 수 없는 폐쇄 고리 구조이므로, 반감기를 늘릴 수 있고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형 RNA는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발현하는 것으로, 약 30여년 전에 고등 진행생물에서 발견된 바 있다. 이후 소수의 원형 RNA만 발견되고 단백질 생성 능력이 관찰되지 않자 기능이 없는 부산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RNA 시퀀싱 기술을 전사체에 적용할 경우, 세포와 조직에서 특정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이러한 최신 기술에 착안하여 앞다퉈 원형 RNA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머크, 오르나 테라퓨틱스에 최대 35억 달러 투자

현재 원형 RNA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표적인 바이오 벤처는 미국 오르나 테라퓨틱스(Orna Therapeutics)다. 이 회사는 생체 내 안정성이 뛰어나고 체내에서 더 많은 양의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형 RNA 생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르나 측은 전 세계 빅파마로부터 지속적인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liead Sciences), BMS, 스위스 노바티스(Novarits)는 앞서 2억 21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펀딩 라운드(이전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다음 사업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투자 단계)을 통해 투자한 바 있다. 시리즈 B의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머크(Merck, MSD)는 직접 오르나와 손을 잡으며 몫을 단단히 챙겼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오르나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머크는 계약금 1억 5000만 달러를 선지급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최대 35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오르나 측에 지불키로 했다. 계약에 내용은 여러 감염질환 및 암종에 대한 백신,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아직 오르나의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연구 단계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베팅인 셈이다. 당시 머크 측은 “머크의 전문성과 오르나의 원형 RNA 기술을 결합하면 혁신적인 치료제,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오르나는 카티(CAR-T) 세포 치료제 대비 더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형 RNA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의 CAR-T 치료제는 환자에서 세포를 수집한 뒤 재조합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오르나의 원형 RNA 치료제 후보물질은 체내에서 T세포 발현을 조절하도록 한다. 인체 대상 임상 연구는 오는 2024년 개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미국 바이오 벤처 라론드(Laronde)도 자사의 eNRA 기술을 통해 원형 RNA와 유사한 endless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약 4억 4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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